<사설> "벤처지원자금" 현장점검

 벤처기업 육성자금이 부실하게 운용되고 있다는 감사원의 최근 감사결과는 벤처자금의 누수현상이 더 이상 방치해 둘 수 없는 심각한 지경임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의 허술한 관리와 제도 미비를 악용하는 사이비 벤처기업들이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돈 지는 오래 전이다. 벤처기업 지원자금은 「눈먼 돈」 「못 타면 바보」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그래서 벤처기업 육성자금의 누수현상이 이번 감사결과 정도에 그친 것이라면 그나마 다행이겠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때늦은 감이 있지만 이번에 감사원이 벤처육성자금의 부실운용 실태를 지적하고, 지속적으로 점검해 나가겠다고 밝힌 것은 불행중 다행이다. 만약 이대로 방치해 둘 경우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벤처기업 육성정책의 기반마저 무너뜨리는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벤처지원자금의 올바른 운용을 가로막는 근본적인 요인은 정부가 벤처기업의 질적 성장을 소홀히 한 데 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IMF체제의 조속한 탈피와 국가경쟁력 확보를 위해 적자재정의 와중에도 벤처기업육성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했다.

 이같은 정부의 강력한 벤처육성책에 따라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는 저마다 업적을 과시하듯 벤처지원방안을 마련, 시행하는 등 외형 위주의 지원에 지나치게 매달려 왔다.

 이때문에 「벤처자금」이라는 한정된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의문시되어 왔다. 불법 브로커가 판을 치고, 정책자금을 허위 집행하는 폐단이 속출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정작 벤처다운 벤처는 지원대상에서 밀려나고, 그 자리를 사이비 벤처기업들이 차지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번에 문제점들이 사실로 드러난 이상, 정부는 우리 벤처기업의 질적 성장을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제각각 시행하고 있는 정책 및 기술지원체계를 일원화하고, 각 기관의 역할도 산업현실에 맞게 수정해야 할 것이다. 단순히 창업자금을 빌려주는 식의 일률적인 벤처지원정책도 바꾸어야 한다.

 이와 함께 벤처지원자금의 부실운용을 초래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는 「지원만 있고, 점검과 사후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이번에 반드시 고쳐야 한다. 그동안 자금지원 대상업체에 대한 사후관리가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사이비 벤처기업들이 해당부처가 대부분 서류심사에 의존하고 있는 허점을 파고든 것이다.

 시행상의 어려움이야 많겠지만 지원자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가를 확인하는 「현장행정」이 요구된다. 기술력과 사업성을 갖춘 기업을 선별해 지원하되, 제출서류 파악 등 형식적인 절차에 그치지 말고 사후에도 현장점검을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 물론 다른 용도로 전용될 경우 자금을 즉각 환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번 감사원 점검을 계기로 「돈벌이」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는 벤처금융기관에 대해서도 적절한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중소기업 및 벤처기업 투자를 목적으로 인가를 받아 설립된 벤처금융기관은 각종 세제혜택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식 및 채권 투자 등 돈벌이에 주력해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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