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전자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세부계획 발표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지난 8월26일 워크아웃대상으로 선정된 이후 사실상 대우전자는 은행관리 상태에 들어갔다. 채권단을 대표하는 한빛은행은 은행관리팀을 파견해 대우전자의 자금 관리에 나서는 한편 안건회계법인 측에 경영실사를 맡겼다. 채권단은 당초 실사 결과를 이달 15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실사작업이 늦어지면서 발표 일정도 몇차례 연기됐다. 채권단은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늦어도 29일께에 대우전자의 워크아웃 플랜을 발표하기로 했다. 따라서 이번주를 고비로 안개가 걷히면서 대우전자의 경영은 투명해지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사결과=대우전자의 실사는 사실상 쉬운 작업이 아니다. 사업장만해도 국내외에 걸쳐 생산법인만 27개, 판매법인이 37개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과 2개월만에 이 모든 사업장의 경영상태를 실사하기란 물리적으로 쉽지 않는 일. 따라서 처음부터 실사결과가 부실하게 이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만만치 않게 제기되기도 했다. 실사 담당 기관 측에서도 이 점을 고려, 아주 엄격하게 실사를 벌임으로써 대우 측이 제시한 자산을 그대로 인정하지 않았다.
현재 조금씩 흘러나온 실사결과를 보면 대우전자의 자산이 부채에 상당히 못미쳐 채권단의 여신손실률이 20∼30%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로 대우전자를 인수키로 한 왈리드 앨로마 측에선 대우전자의 경영상태가 워크아웃 선정 이후 나빠지고 가치도 당초 인수가액 32억달러에 크게 못미친 것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이런 점에 비추어 볼 때 지금까지 알려진 수치는 중간 실사의 잠정치로 볼 수밖에 없다.
때문에 앞으로 영업권이나 미래사업 전망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채권단의 여신손실률은 크게 바뀔 수도 있다.
◇외자유치=대우전자는 워크아웃 대상 기업으로 선정되기 직전에 미국 투자회사인 왈리드 앨로마 측과 한국내 사업장을 포함한 선진국의 사업장을 총 32억달러에 매각키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그러나 현재 왈리드 앨로마 측과의 협상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왈리드 앨로마사 측은 지난 17일 채권단에 △미국 회계처리 준칙에 맞는 회계장부 요구 △국제적으로 지명도 있는 경영진으로의 교체 △계열사와의 대차관계 정리 △채권단의 충분한 자금지원 등 4개 항을 요구하면서 양측의 협상자체가 중단됐다.
왈리드 앨로마와의 협상시한은 다음달 초까지로 아직 기한이 남았으나 현실적으로 이 때까지 계약을 체결하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그 동안 외자유치를 전담했던 양재열 사장마저 물러난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왈리드 앨로마 측과의 외자유치 협상은 물건너간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채권단 측도 대우전자의 경영이 악화된 현 상황에서 무리하게 해외매각을 추진하기보다는 경영을 정상화시킨 이후 매각에 나설 것으로 보여 대우전자의 연내 매각은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다.
◇경영현황=대우전자는 워크아웃 선정 이후 한때 자금난에 빠져들면서 생산과 영업을 원활하게 하지 못했다. 제때 부품공급을 받지 못해 구미공장 등의 일부 라인이 멈추기도 했으며 특히 신규사업을 벌일 수 없었다.
해외 수출은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았다해도 내수시장의 점유율은 종전 25%선에서 20%대 이하로 떨어지는 등 막대한 피해를 보기도 했다.
따라서 대우전자는 이 같은 분위기를 일신시키기 위해 경영혁신프로그램인 「밸류맥스(ValueMax)90일 운동」을 마련해 시행에 들어갔다.
전임직원이 자발적으로 제품하나라도 더 팔기 운동을 전개해 4·4분기동안 1조28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해 110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기로 했다.
◇경영진 교체 여부=한때 외부에서 전 대우전자 회장을 지낸 P씨, K씨 등이 다시 영입될 것이라는 설이 나돌면서 현 경영진체제가 흔들리기도 했다.
그러나 외자유치가 물건너간 상황에서 외부에서 경영진을 영입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장기형 사장은 현재 채권단이 관리하는 상황에서 임명됐기 때문에 워크아웃 이후에도 경영진 교체는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물론 대우전자 경영진이 교체될 수도 있다. 이 경우 신임경영진들이 대우전자의 경영을 파악하는 데 적어도 6개월 가량이 소요되기 때문에 현재보다 오히려 경영이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능성이 없다.
따라서 경영진 교체로 인한 이해가 적은 상황에서 함부로 경영진을 교체하기보다는 현 경영진체제로 경영정상화의 길을 걷게 될 것으로 보인다.
◇워크아웃 플랜=현재까지 채권단이 추진하고 있는 워크아웃의 세부계획에는 채권단의 손실률을 줄이는 방안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부채원리금을 탕감해주기보다는 향후 영업활동을 통해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부채를 남겨두고 나머지를 출자전환이나 금리감면, 원리금 상환 유예기간 등이 포함될 게 확실하다.
이 같은 조치와 함께 경영정상화를 위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작업에 들어가 현재 적자를 보고 있는 일부 사업부서들을 과감하게 축소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해외공장 정리는 현지 정부와의 관계로 일부 어려운 점도 뒤따를 수 있지만 세계 전지역에 걸쳐 방만하게 벌여온 해외사업장을 정리하지 않고서는 경영정상화가 어려울 것으로 보여 해외공장의 정리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달초 채권단이 5000억원대의 금융지원을 확정한 이후 한동안 중단됐던 로컬 LC 및 신용장개설이 잇따라 대우전자의 자금사정은 다소 나아지고 이에 따라 생산과 영업도 모두 안정을 되찾고 있다.
따라서 채권단의 계획대로 이달 29일께 워크아웃의 세부계획이 발표되면 대우전자의 경영은 이른 시일내에 정상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철린기자 cr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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