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콤 99 결산-중> 인터넷 네트워크 "대약진"

 텔레콤 99 전야제를 수놓은 업체는 세계적인 통신사업자가 아닌 네트워크 벤처기업 시스코시스템스였다. 지난 「텔레콤 95」와는 다른 인터넷의 약진을 보여주었다. 부스에서도 네트워크업체들의 시장 진출에 대한 노력은 엿보였다. 서킷망 통신장비업체로 잘 알려진 루슨트테크놀로지스가 네트워크 제품을 대거 출시해 시장공략에 나서는가 하면 스리콤·노텔네트웍스·뉴브리지 등도 질세라 제품홍보에 열을 올렸다.

 특히 눈에 두드러진 것은 네트워크 분야에서 일본업체들의 대약진. 후지쯔·NEC 등은 자체 개발한 네트워크 제품을 내놓고 성능의 우수성을 알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일본은 그동안 네트워크제품의 사각지대로 미국·유럽뿐만 아니라 대만 등 아시아권에서도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텔레콤 99」를 계기로 일본의 네트워크 진출이 가시화됨으로써 네트워크 시장의 파란이 예고되고 있다.

 이같은 조짐은 행사기간내 일본 업체들의 다각적인 전략적 제휴에서도 잘 나타났다. 텔레콤 99 기간중 NEC는 독일 지멘스AG와 전략적 제휴를 맺는가 하면 일본 NTT 컴웨어는 루슨트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그동안 음성 위주의 행사였던 텔레콤 전시회가 데이터통신 위주로 전환됐다고 해도 관언이 아니다. 또 각 회사의 기술책임자가 나와 21세기 밀레니엄 기술전략을 발표하는 「포럼」에서도 데이터 네트워크가 전체 내용의 70% 이상을 차지하면서 인터넷 세상이 도래했음을 알렸다.

 네트워크 기술의 이슈는 음성·데이터통합(VoIP). 2005년 데이터통신이 음성통신의 시장점유율을 누르고 전체 통신시장 주도권을 장악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는 기술이 VoIP이다. 따라서 업체마다 VoIP기술의 우수성을 알리는데 역점을 두었다. 이와함께 일반 사용자들을 위한 케이블모뎀, 비대칭가입자회선(ADSL) 등도 이번 텔레콤 99 네트워크분야 핫이슈로 등장했다.

 네트워크분야는 속도의 경쟁이다. 많은 데이터량을 얼마나 빠른 속도로 정확하게 전달하느냐는 기술이 곧 기업의 성패를 가른다. 기술·생산담당 부사장과 마케팅 부사장, CEO인 존 챔버스 사장까지 진두지휘에 나선 시스코시스템스는 이번 텔레콤 99를 계기로 세계 최대의 네트워크 기업임을 재확인하는 기회를 마련코자 했다. 물론 네트워크의 궁극적 화두는 인터넷이다.

 그동안 인트라넷이 네트워크의 대부분을 차지했으나 불과 2년이 채 지나지 않아 인트라넷은 인터넷의 서브개념으로 전락했다. 이번 텔레콤 99의 전시, 포럼 어디를 찾아봐도 인트라넷을 강조한 업체는 없다. 모두 「인터넷 기반」이다. 인터넷을 모르고는 21세기 통신환경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 이번 전시회의 보이지 않는 「대명제」로 작용했다.

 전시회 기간중 재미있는 사실은 인터넷·네트워크가 새삼 강조됐음에도 불구하고 네트워크 업체들이 모인 홀은 다소 외진 곳에 위치하게 됐다는 것. 「텔레콤 99」의 경우 4년전 예약을 미리 받아 놓는데 4년 전 아무도 인터넷과 네트워크가 이처럼 세상을 뒤바꿔 놓을지 몰랐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전시회에 앞서 네트워크 업체들의 홍보전은 타업체보다 눈부셨다. 루슨트의 경우 전시회장 외벽면을 자사의 홍보 플래카드로 도배하다시피 했고 시스코는 인터넷으로 기아 난민을 구하자는 넷에이드 행사를 개최했으며 나머지 업체들도 막대한 예산을 들여 광고와 이벤트 개최에 나섰다. 텔레콤 99가 앞으로 4년간의 IT추이를 나타내는 선행지수라면 인터넷과 이에 따른 네트워크는 분명 앞으로 통신환경의 대세를 이끌어갈 주역임을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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