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봉
◇80년 동아대 기계공학과 졸업
◇ 82년 LG전자 입사
◇95년 중앙대 국제경영대학원 석사 (기술경영)
◇현재 LG생산기술원 CAD/CAM 센 터장 겸 CAE센터장 (수석연구원)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제조 기업들이 당면한 과제 중 하나는 급속한 시장환경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제품개발 경쟁력 확보다. 오늘날과 같이 제품이 다양화되고 모델의 변화가 빈번하며 제품의 수명주기가 짧아지고, 지구환경·안전에 대한 고객의 요구가 강해지는 여건 아래서는 그에 맞는 제품개발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된다. 그 대표적인 기술 중 하나가 CAD/CAM, CAE (Computer Aided Engineering :컴퓨터지원엔지니어링)기술이다.
CAD/CAM, CAE기술은 상품기획이나 제품의 디자인 결정 단계부터 설계·가공·시작·시험·검증·제조 등에 참여하는 다기능 팀 조직을 통해 동시공학적으로 일관되게 추진할 수 있는 방법론과 프로세스, 도구 및 관리시스템을 지원하는 기술이다.
특히 CAE기술은 제품의 사용단계에서 발생할지도 모를 제품의 성능이나 기능, 나아가 생산과정에서 발생할 수도 있는 생산기술적인 제반 문제들을 제품개발 초기단계에서 미리 예측하고 평가해 최적화함으로써 품질·원가경쟁력을 높이고 무엇보다도 제품개발의 스피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강력한 도구다.
이러한 CAE기술은 불과 얼마 전까지도 제품의 단편적인 성능평가를 위한 수치해석이 대부분이었으나 최근 쾌속 조형기술, 디지털 시작기술 등 새로운 기술의 등장과 3차원 CAD 데이터 공유기술 및 컴퓨터 성능의 발달에 힘입어 이제는 제품개발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최근 세계적 초우량 기업들이 전개하고 있는 6시그마 활동에서도 CAE기술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CAE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은 첫째, 실험비용의 절감과 재료비 절감을 이룰 수 있고 둘째, 개발기간 단축의 측면에서 상당한 이익이 있다. 다음으로는 CAE를 이용한 최적화 설계로 제품의 소형화, 경량화가 가능해 부가가치를 증대시킬 수 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CAE를 이용하는 경우 모든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되고,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전문가 시스템을 이용하면 경험이 적은 초보자도 잘 갖춰진 데이터 베이스를 기초로 복잡한 문제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이러한 CAE 해석의 결과들은 지식경영의 중요한 토대가 된다.
최근 소위 「설계자향」 CAE 해석 툴이 등장하고 있다. 이 제품들은 중저가 3차원 CAD나 고기능 3차원 CAD에 공통적으로 쓰일 수 있다. 또 데이터를 읽어들이기 위한 데이터 변환기능은 가지고 있지만 독자적인 모델러는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설계자향 해석툴이 주로 제공되는 분야로는 기구설계자를 위한 선형구조 해석용, 전자기기 등의 열 설계를 목적으로 한 열유체 해석용, 금형과 사출조건 결정 지원용의 수지유동 해석 툴 등이 있다.
선형구조 해석용 툴은 선형구조 해석 외에도 전열 해석, 고유치 해석의 기능을 가진 것이 일반적이다. 또 수지유동 해석도 설계자에게는 큰 도움이 돼 손쉽게 성형성과 에어트랩의 예측이 가능하다. 특히 최근들어 요구가 많은 것이 전자기기업체의 열설계를 특화한 소프트웨어다. CPU의 고밀도화, 구동주파수의 상승 등에 의해 발열량이 높아지는 반면 제품은 점점 소형·경량화되고 있어 방열대책이 매년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 주목받는 것은 최적화기능이다. 최적화에는 지정한 설계변수를 검색하면서 최적해를 보여주는 것과 일정한 외형을 초기형상으로 해 위상구조를 비교적 자유롭게 도출하는 것이 있다. 전자의 경우 대표적인 것이 치수최적화·형상최적화로 불리는 것이며 후자의 최적화는 위상최적화로 대표되는 것처럼 큰 외형으로부터 목적의 형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유한요소법이나 유한차분법 등 해석법에 기반을 둔 CAE 설계기술도 실험에 의한 설계기술과 마찬가지로 간접설계기술이기 때문에 수치적 시행착오를 반복하게 된다. 이로 인한 장시간의 설계시간으로 인해 설계에 시간적 제약이 있는 산업현장에서 설계기술로는 그 응용에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간접설계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직접설계법이 도입되고 있다. 직접설계 CAE는 설계자의 입장에서 설계자가 필요한 초기설계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기존 해석적 CAE의 수치적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이는 여행지도가 여행자에게 행선지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과 같은 역할을 한다. 여행지도에는 삼차원의 지형이 이차원으로 개략돼 있으나, 여행 초기 계획단계에서 필요한 행선지의 방향과 거리 등 대략적인 정보를 제시하는 데 충분하다. 따라서 직접설계 CAE는 개략적 설계정보를 신속히 조달할 뿐만 아니라 시간과 경비가 많이 드는 해석법의 수행 수를 현저히 줄일 수 있다.
현재 CAE 해석기술은 이미 선형해석의 단계를 넘어 비선형 해석을 지원하고 있고, 강건(robust)하고, 빠르고, 정확한 해법을 제공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응용범위도 제품개발과정이나 제조공정에까지 폭넓게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은 대부분 복합적인 원인들로 구성돼 있어 이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별 요소기술들을 통합한 토털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통합CAE시스템이 필요하다. 이 통합CAE시스템은 모든 필요한 CAE기술이 제품개발의 초기단계부터 전과정에 걸쳐 적용된다는 종합적인 접근에서 시작한다.
이러한 통합CAE시스템의 실현을 위해서는 다음의 몇가지 선결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첫째, CAD시스템에서 만들어진 제품 데이터가 CAE해석에 쉽게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인터페이스기술이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둘째, CAE 해석 소프트웨어간 인터페이스도 원활히 이뤄져야 한다.
전자산업에서는 최근들어 멀티미디어·통신기기와 관련한 새로운 제품들이 개발되면서 제조공정·설비에 관한 CAE기술 적용에 대한 요구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예를 들면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의 경우 제품 자체의 방열문제 해결은 물론 제조공정상의 각종 노에 대한 온도제어 문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를 위해 CAD와 CAE간 인터페이스, 서로 다른 CAE 소프트웨어간 인터페이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해석 스피드 단축 등의 노력이 꾸준히 경주돼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같이 CAE는 제품의 품질·가격·스피드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수단의 하나로 분명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활용의 범위도 제품뿐만 아니라 공정·설비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국내에도 3차원 CAD시스템이 자동차·전자산업을 중심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지 오래됐고, 컴퓨터기술의 발달과 가격인하 등으로 CAE를 위한 투자여건이 과거보다 많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CAE는 설계자에게 있어서는 어려운 업무로 인식되고 있다.
CAE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설계자가 3차원 CAD를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현재 시판되는 3차원 CAD는 2차원 CAD와 비교할 때 몇가지 사용상의 불편한 점이 있다.
메뉴를 자유자재로 구성하는 기능이라든가 편집설계기능, 2차원 도면 작성기능 등 일부 불편한 점이 아직까지 남아 있다. 현재같은 전환기에는 이러한 불편한 점을 제거할 수 있어야 3차원 CAD의 활용이 활성화될 수 있다. 이러한 기능을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로 GAV(Graphical Assembly Verification)가 있다.
CAE 활성화의 또 하나의 장애는 CAE가 해석전문가가 아니면 수행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따라서 최근에는 설계자향 CAE 소프트웨어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더 많은 분야에서도 개발돼야 할 것이다. 이러한 소프트웨어는 전문적인 CAE 소프트웨어 메이커에서만 개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실무를 통해 개발한 것이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최근 사출성형해석 소프트웨어 메이커인 미국의 C몰드사가 한국의 LG생산기술원이 개발한 사출금형의 게이트 위치 최적화 소프트웨어를 C몰드 2000의 주요 모듈로 채택한 것 등은 좋은 사례다.
제품개발 과정중 많은 설계 대안들이 도출되고, CAE 해석을 통해 이들 대안들에 대한 검증과 최적해를 구하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실험들이 행해지고 기술적인 아이디어와 노하우들이 창출된다.
이같이 제품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많은 아이디어와 노하우들을 축적하고 재활용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여기에는 그러한 아이디어나 노하우가 발생되는 즉시 컴퓨터에 수록할 수 있는 전자노트 개념과 그 장치개발이 필요하며, 아이디어나 노하우들을 정보로 유통시키기 위한 새로운 언어체계(Ontology)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아직까지 이같은 과제가 많이 남아 있음에도 CAE가 제품개발과 제조에 미치는 영향력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CAE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J 레몬 박사(미국 SDRC 창설자, 현재 미 ITI사 사장)가 말했던 것처럼 CAE는 3차원 CAD를 이용해 설계품질을 높이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다. 즉, CAE는 제품의 품질과 가격, 그리고 무엇보다도 스피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가장 강력하고 과학적인 도구다.
그러므로 제품을 통해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기업 목적을 추구하는 모든 기업들은 비록 설계와 제조의 거점이 세계 어디가 됐든 간에 CAE의 활용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며, 특히 기술을 핵심역량으로 가진 기업에서는 CAE를 더욱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기업의 경영자나 제품 설계자들은 CAE기술 그 자체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CAE를 통한 개별 요소기술에 대한 실제적인 문제해결의 성과를 바탕으로 착실하게 경험을 축적하고, 이들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정보시스템, 예를 들면 EDB(Engineering Data Base)를 구축해 제품개발의 원류단계부터 종합적인 접근을 통해 제품 전체 혹은 해당 사업에 충격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CAE를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많이 본 뉴스
-
1
'대세는 슬림' 삼성, 폴드7도 얇게 만든다
-
2
삼성·SK 하이닉스 '모바일 HBM' 패키징 격돌
-
3
[ET톡] 퓨리오사AI와 韓 시스템 반도체
-
4
자체 모델·오픈소스·MS 협력…KT, AI 3트랙 전략 가동
-
5
마이크론 공략 통했다…펨트론, 모듈 검사기 공급
-
6
트럼프, 푸틴과 만남 “매우 곧”..EU 보복관세 계획엔 “그들만 다칠 뿐”
-
7
“브로드컴, 인텔 반도체 설계 사업 인수 검토”
-
8
머스크, 챗GPT 대항마 '그록3' 17일 첫선
-
9
천안시, 총 인구수 70만 달성 코앞…작년 7000여명 증가 5년 만에 최대 유입
-
10
속보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여야 합의로 산자위 소위서 가결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