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원전 3호기의 방사능 피폭사고 후 연일 언론과 국정감사 현장에서 거론되고 있는 중수(重水)는 한마디로 우리가 먹는 물(경수)보다 분자구조상 무거운 물이다.
중수는 우리가 먹는 물이나 바닷물, 시냇물에도 들어 있다. 그러나 그 양은 0.015% 정도로 미미하다. 물 속에 존재하는 양도 미량이지만 추출해내는 것도 어려워 가격도 매우 비싸다.
따라서 같은 탄소분자로 이루어져 있어도 흔해빠진 흑연은 헐값이지만 희귀한 다이아몬드는 그야말로 금값보다 비싼 것과 마찬가지다. 중수는 물분자 H₂O 가운데 수소 H가 모두 중수소 D로 치환된 것이다. 화학식이 D₂0, 정확한 화학명은 산화듀테륨.
현재 중수 생산에는 황화수소법이나 암모니아법과 같은 화학교환법이 사용되고 있다. 전기분해법은 비용이 비싸고 증류법은 양이 많아 번거롭기 때문. 기술 발전에 힘입어 순도 100% 중수추출도 가능하다.
천연우라늄을 핵 연료로 쓰는 중수 원전에는 99.8%의 중수를 사용하는데 우리나라 중수로형 원전은 모두 캐나다·인도 등에서 수입해 쓰고 있다.
중수는 경수보다 약간 무게가 무겁긴 하나 경수와 물성이 거의 같아 농축해 추출하기가 어렵다. 경수가 100도에서 끓는 데 반해 중수는 101.4도에서 끓는다. 반대로 빙점은 경수가 섭씨 0도, 중수가 3.82도로 높다. 또 밀도 역시 1 대 1.1079로 중수가 무겁다.
그럼 중수가 왜 문제인가.
월성원전 3호기의 중수누출로 인한 방사능 피폭이 문제가 되면서 중수를 몹시 유해한 물질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중수 그 자체는 위험하지 않다. 마시지만 않는다면 손으로 만져도 크게 해로울 게 없다.
그러나 체내에 복용하는 것은 상황에 따라 치명적일 수 있다. 한 실험에 따르면 동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결과 사람과 같은 고등동물은 30%, 하등동물은 80%를 투입할 경우 치사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다시말하면 사람 몸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수분의 30%가 중수로 바뀌면 생명이 위태롭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천연우라늄을 사용하는 캔두형 원전에 사용되는 중수는 어떤 역할을 하나.
중수는 중성자의 속도를 늦춰 핵분열반응이 잘 일어나도록 하는 감속재나 핵연료의 열을 식혀주는 냉각재로 사용된다. 중성자를 흡수하는 성질이 경수에 비해 600분의 1에 불과하다.
만약 중성자를 잡아먹는 성질이 강한 액체가 냉각제로 사용되면 중성자가 점점 없어져 원자핵을 때리는 빈도가 줄어들게 되고 그렇게 되면 결국 핵분열반응이 중지되므로 중수형 원전에 경수를 사용할 경우 원자로가 서게 된다. 그러나 경수로 원전의 핵 연료인 농축우라늄은 보통 물에서도 중성자가 핵분열반응에 활발히 참여하기 때문에 중수가 필요없다.
중수가 일단 원자로에 들어가 중성자와 반응하면 삼중수소화된 중수로 바뀌게 된다. 삼중수소(H₃)는 발암 등 인체에 치명적 영향을 미치는 방사성 물질로 월성원전 3호기 사고처럼 원자로를 돌던 중수가 외부로 누출되면 삼중수소가 공기중에 방출돼 작업자의 호흡을 통해 체내피폭을 가져오게 된다.
또다른 측면에서 보면 중수누출은 발전소에 막대한 손실을 끼친다. 원전을 운영하는 전력회사 입장에서 보면 중수는 금수(金水)나 다름없다.
중수 1L의 수입가격이 200달러가 넘는다. 우리가 마시는 생수 1.8L짜리 페트병 한 병 분량이 40여만원 정도고 중수로 원전 1기당 중수가 42만4000L(470톤) 정도 소요된다고 하니까 원전 1기당 물값만 대략 104억원 어치에 이른다는 얘기다.
그래서 원전 관계자들은 중수를 값으로 따지자면 원자로를 위스키로 채워놓은거나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정창훈기자 ch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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