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와 액션은 김상진 감독의 장기다. 탁월한 상업적 감각과 비교적 매끈하게 영화를 뽑아내는 솜씨로 인해 그는 「돈을 갖고 튀어라」로 데뷔한 이후, 휴지기 없이 작품을 만들고 있는 운 좋은 감독이기도 하다. 「주유소 습격사건」은 「코믹 통쾌극」이라는 마케팅 콘셉트가 말해주듯 「부수고 때리고 웃기는」 감독의 장기가 빛을 발하는 작품이다. 스타를 내세웠던 전작들과 달리 아이디어와 캐릭터, 연기력에 중점을 둔 기획이 어느 정도 성공적인 평가를 끌어냈다고 할 수 있다.
모든 인간군상들이 모이는 주유소에서 벌어지는 하룻밤 이야기는 폭력에 대한 대리만족감으로 스트레스를 날려버리지만 사실 불쾌하고 위악적인 코미디다. 타이틀 자막이 오르면 관객들의 의문을 풀어주겠다는 듯 「왜 주유소를 터는가」라는 물음의 자막이 떠오르고 이어지는 대답은 「그냥」이다.
이유없는 거친 10대들의 반항을 보여주듯 네명의 건달은 그저 심심해서 자신들이 털었던 주유소를 다시 한번 습격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새롭고 파격적인 폭력은 불안의 꼬리를 여전히 드러낸다. 감독은 단순하고 무식해 보이는 이들의 행동을 소외되었던 짧은 과거를 통해 이해받고자 하며 이들에게 연민을 부여한다.
코치의 구박으로 야구부를 그만둔 고아 노마크(이성재), 부모와 싸우고 가출한 화가 지망생 뻬인트(유지태), 빚에 쪼들리다 음악을 그만두게 된 딴따라(강성진), 선생님들의 구박 속에 학창시절을 보내야 했던 무대포(유오성). 이들은 돈을 구하기 위해 주유소를 털지만 현금을 강탈당했던 주유소 사장은 이미 현금을 빼돌린 상태다. 그들은 사장과 아르바이트생들을 감금하고 자신들이 직접 주유소를 운영하기로 한다.
하지만 이 4인조 강도가 주유소를 운영하면서 접하게 되는 현실은 또다른 위선과 부조리의 모습이다. 거친 욕설을 해대며 주유비를 떼먹는 경찰들, 아르바이트생에게 돈을 뜯는 10대들, 밤거리의 폭주족에 이르기까지, 이들은 뒤틀린 현실을 힘과 폭력으로 조롱하고 복수한다. 그러나 이러한 아이러니가 후반부로 갈수록 지나치게 반복되고 감상적 코드로 흐르면서 상황에 대한 설득력도 점차 힘을 잃는다. 풍자와 비틀기는 곳곳에 숨어있지만 정작 웃음을 자아내는 요소는 지나치게 희화화된 배우들의 캐릭터와 말재간이다.
「주유소 습격사건」의 매력은 4명의 캐릭터와 주유소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솜씨있게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펼쳐내고 그것을 재구성해낸 힘이다. 워낙 다양한 인물로 인해 억지적인 상황들이 연출되지만 그것이 영화의 흐름을 크게 방해하진 않는다.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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