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PC업계의 해외소송 대응

 국내 PC제조업체들이 최근 미국 일부 PC업체들의 특허 및 디자인 침해 혐의 제소와 관련, 신속하고 탄력적인 대응체제를 마련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조치로 보인다.

 국내 PC업체들의 대미진출에 제동을 걸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는 이같은 제소사건에 휘말릴 경우 자칫 해외에서의 기업이미지 실추는 물론 수출확대에 어려움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당초 국내 PC제조업체들은 미국 PC업체들의 제소에 몹시 당황했다. 그동안 이같은 소송에 대한 경험이 별로 없는 데다 제소 대상이 본사가 아니라 해외법인 및 투자업체라는 점에서 난처함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국내 PC업체들은 특허 및 디자인 관련 소송에 정면 대응하다가는 막대한 소송비용이 들고, 이로 인해 회사 및 제품의 이미지가 실추돼 해외시장 개척에 큰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에 국내 PC제조업체들은 예전의 소극적인 방법과는 달리 적정한 선에서 발빠르게 타협을 모색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어 예상보다 신속하게 해결될 전망이다.

 이는 국내 업체들이 상대업체에 명분을 주고 실리를 챙기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전략적 판단이 우선시됐다고 여겨진다. 물론 여기에는 미국 PC업체의 요구가 누가 보더라도 타당하고 정당해야 한다는 것이 전제조건이 될 것이다.

 이와 함께 국내 PC제조업체들이 발빠르게 타협을 모색하고 있는 것은 이번에 소송 대응책을 마련하게 된 특허나 디자인분야에서 미국의 경쟁사들에 더이상 뒤질 것이 없고, 그동안 축적된 기술력으로 새로운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자신감도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본다.

 올들어 국내 PC제조업체들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초저가 PC붐」을 타고 대규모 수출을 이뤄냄으로써 미국 주요 PC업체들을 위협할 만큼 급성장했다. 이런 여파로 인해 국내 PC제조업체들은 잇따라 특허 및 디자인 관련 침해 혐의로 제소당하고 있다. 이같은 일련의 PC소송은 급신장하고 있는 국내 PC제조업체의 미국진출에 제동을 걸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이같은 전례없는 PC관련 소송을 두고 미국내에서조차 너무 지나친 처사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반대여론이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자동차나 TV처럼 대중화된 PC시장에서 유행에 따라 비슷한 경쟁제품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도 이같은 흐름을 독점하려는 시도는 시장속성을 무시하고 「몽니」를 부리는 격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미국 PC업체들의 제소공세는 한층 더 거세질 전망이다. 따라서 이번 소송사태를 계기로 국내 PC제조업체들의 수출전략도 전면 수정돼야 할 것이다.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은 기술력 못지 않게 적기에 많은 제품을 팔아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 PC업체들의 의도된 견제를 사전에 피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아울러 해외 경쟁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PC 디자인 및 인력양성에 대한 투자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특히 세계 디자인 조류를 적극 수용한 창의적인 PC 콘셉트를 제시해야만 국내 PC산업의 지속적인 성장도 가능하다.

 이와 함께 국내 PC제조업체들은 유례없는 소송사태를 일으키고 있는 미국 PC업체와의 협상이 진전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 보다 적극적인 방어전략 차원에서 특허관련법에 정통한 변호사를 선임하는 등 맞대응도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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