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TELCOM 99> 한국관 소개.. "IMT 2000" 코리아 자존심

 지난 1950년대 스탈린이 야심차게 건설중이었던 사회주의 소련을 다녀와 『우리는 인류의 미래를 보고 왔다』며 「감격」했던 이들은 알베르 카뮈, 앙드레 말로 등 프랑스의 젊은 지성인들이었다.

 그러나 산업사회가 종언을 고하고 있는 20세기의 끄트머리에서 21세기 디지털시대의 미래를 미리 들여다 보려는 젊은 지성인들은 소련이 아니라 스위스의 제네바로 가야 한다.

 그곳에는 유사 이래 인류가 꿈꿔 온 「언제 어디서나 누구와도」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기술과 제품이 모두 모여 있다. 텔레콤99에 출품된 정보통신 기술과 장비들을 「음미」해보면 네트워크와 커뮤니케이션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는 사실을 체감할 수 있다.

 이제는 기술이 문화를 창조하고 나아가 인류 삶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있다. 그 중에서도 정보통신 기술은 「미래로 들어가는 문」의 열쇠다.

 한국 기업들은 이미 코드분할다중접속(CDMA)기술에 관한 한 세계 최정상임을 자타가 공인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디지털시대, 정보시대의 진정한 강자가 되기 위해서는 CDMA뿐 아니라 정보기술 전반의 인프라가 뒷받침돼야 한다.

 한국 기업들은 텔레콤99에서 CDMA기술을 다시 한번 과시하고 이같은 이동전화 시장의 우수성과 지배력을 차세대 이동통신(IMT2000)에까지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을 전세계에 보여주려 한다.

 한국 기업들은 인터넷이라는 밀레니엄 패러다임을 선도한다는 자신감도 과시하려 한다. 각종 최첨단 교환장비와 운용시스템, 멀티미디어 콘텐츠 서비스를 내놓고 세계 최고 기업들과 당당히 어깨를 겨루겠다는 것이다.

 이번 텔레콤99에 참가하는 한국 업체는 모두 8개사다. 연구기관으로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참여한다.

 이들은 기업 규모별 혹은 소구 대상별로 단독관을 마련, 전시에 나서기도 하고 한국관이라는 종합관을 구성, 공동으로 운용하기도 한다.

 삼성전자(105평), LG정보통신(57평), 현대전자(41평) 등 빅3는 단독관을 운용한다. 이들은 IMT2000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물론 CDMA기술도 내놓는다.

 어차피 세계 주요 통신장비업체들은 이번 전시회를 겨냥, 모두 IMT2000 단말기와 교환시스템을 선보일 것이다. CDMA에서 이들을 누르고 정상에 선 한국 기업들로서는 IMT2000 시장을 두고 이들과 다시 한번 격돌하는 셈이다.

 IMT2000은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다. 2001∼2002년부터 본격적인 서비스가 시작된다. 이 때문에 국내 빅3와 루슨트·에릭슨·노키아·모토롤러·알카텔·지멘스 등 세계 주요 기업과의 진검승부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제네바에 모인 전세계의 기업인, 엔지니어들 앞에서 발가벗겨진 채 냉혹한 평가를 받는다. 사업자들로부터도 성적표를 받게 된다. 시장을 선점하느냐 못하느냐의 「리트머스 시험지」를 텔레콤99에 내놓고 있는 것이다.

 LG정보통신과 삼성전자는 이번 전시회에서 IMT2000 단말기와 교환시스템을 가동, 직접 통화에 성공하는 시연회를 갖는다. 국내외를 통틀어 처음 시도되는 일이다.

 한국관에 입주하는 중소 전문업체들은 성미전자·에이스테크놀로지·RF하이텍 등이다. 이들은 이번 기회를 세계로 도약하는 발판으로 삼을 계획이다.

 한국통신(한국관 73평)과 ETRI(한국관 25평)는 또다른 주목대상이다. 각각 한국을 대표하는 기간통신사업자와 연구기관이기 때문이다.

 한국통신은 위상에 걸맞게 7종에 이르는 다양한 제품과 솔루션을 출품한다. 통합고객정보시스템(ICIS), 초고속 정보통신 서비스, 광선로운용감시시스템(FLOMS), IMT2000용 핵심요소 칩, 가상은행시스템, 멀티미디어 검색시스템 등이 그것이다.

 한국통신관만 들러보면 한국의 정보통신 기술을 한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화려한 면면이다. 한국통신관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이동전화사업자인 한국통신프리텔이 선보이는 개인휴대통신(PCS)망 설계시스템이다. 넷 스파이더로 이름 붙여진 이 시스템은 세계 최대 PCS사업자인 한통프리텔 기술진이 자체 개발한 것으로 이미 국내에서 실제 운용 경험을 통해 충분한 검증을 받았다는 점이 자랑거리다. 게다가 이동전화 망 설계에도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한국적 상황, 즉 산악지형이 많고 인구 밀집지역과 분산지역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특성을 완벽하게 커버했다는 점에서 외국인들의 시선을 붙잡을 것으로 보인다.

 ETRI는 음성언어 번역시스템, 능동안테나, 광패킷스위치 등을 출품한다. 한국 최고의 연구기관답게 원천기술과 이를 접목한 응용제품을 내보낸다. 한국 기업들은 21세기의 문을 제네바에서부터 열어제치겠다는 의욕에 넘치고 있다.

이택기자 t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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