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정보통신기기·음향기기 등 모든 전자제품의 핵심 부품으로 장착되는 인쇄회로기판(PCB)에 다량의 할로겐족 화합물이 포함된 에폭시수지가 사용되며 이것을 소각할 경우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이 상당량 배출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에 대한 선진국의 규제가 크게 강화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경우 PCB에 할로겐족 화합물의 첨가를 규제하는 한편 이들 물질이 포함된 외산 전자제품의 역내 반입을 금지하는 내용의 규제조치를 강구할 방침이며, 이같은 규제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선진국 PCB업체와 관련 소재업체들의 신공법·신소재 개발이 큰 이슈로 부상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일본 PCB 원판업체와 동박·잉크업체들은 할로겐프리(Halogen Free)형 제품의 공급에 주력키로 하는 등 대책을 서두르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환경라운드가 밀레니엄시대 최대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주요 PCB 및 소재업체들이 환경오염을 최소화할 수 있는 환경친화형 인쇄회로기판(Green PCB) 및 관련 소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PCB에 할로겐족 화합물 대신에 질소·인산계 화합물을 난연재로 이용할 경우 기존 PCB보다 환경오염 유발물질인 다이옥신의 배출량이 최소 10배 이상 감소된다고 한다.
이런 점에서 국내 업체들이 할로겐족 화합물 대신 인산·질소계 화합물을 난연재로 이용한 제품, 할로겐족 화합물이 내포되지 않은 BT수지를 이용한 BGA기판, 비할로겐족 수지를 이용한 다층인쇄회로기판(MLB) 등 다양한 제품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이미 상당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는 것은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일부 업체에선 7일 개막되는 「99 한국전자전」에 TV·VCR 등 가전제품에 장착될 수 있는 그린 PCB를 출품, 앞으로 이 제품의 본격 생산에 나설 계획인가 하면 PCB용 잉크 생산업체에서는 가전 PCB용 UV잉크에서부터 MLB용 사진현상형 잉크(PSR)·빌드업기판용 잉크 등을 모두 그린화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그 성과가 기대되고 있다.
그동안에도 일부 업체에서 환경친화형 PCB의 개발을 검토하지 않은 것은 아니나 당장 수출규제를 받지 않아 세트업체의 수요가 별로 없으며 제조원가가 비싸고 국내업체의 대응력이 부족하다는 등 여러가지 이유로 이의 개발이 본격화하지 못했다.
그러나 더이상 지체할 수는 없다. 특히 EU에 대한 국산 전자·전기제품의 수출실적은 지난해 70억달러에 달할 정도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며 직수출되는 PCB도 전체 물량의 30%에 달하는 막대한 물량임을 감안할 때 EU의 이같은 규제강화 움직임에 대한 대응조치는 시급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이는 선진국에 대한 수출촉진 외에도 기업의 이미지 개선과 비용절감, 경영혁신, 근로조건 개선 등 유무형의 부수적인 효과까지 기대되고 있다.
그린 PCB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선 관련 소재와 기자재의 국산화를 비롯해 세트업체와의 협력 강화, 그린 PCB의 성능향상을 위한 연구 등이 우선적으로 강구돼야 한다. 관련업계는 물론 정부당국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책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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