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터넷 직접규제 신중 기해야

 우리나라에서도 인터넷 사용자가 500만명을 넘어서고 새 천년의 패러다임으로 정착되면서 그간 정보사회 확산이라는 대명제에 가려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던 인터넷의 역기능이 새로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우리 청소년들이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적으로 이뤄지는 무차별 음란물 배포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국무총리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를 중심으로 특단의 조치를 강구하고 있고, 핵심은 내년 초부터 국내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들에 음란물 차단 프로그램 설치를 의무화한다는 것이다. 이 대책이 실현된다면 정보통신부 장관은 인터넷 음란물을 차단시키도록 ISP에 명령할 수 있게 된다.

 만약 이 규정을 어긴다면 관련법에 따라 2∼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사업등록 취소 혹은 폐지명령을 받게 된다.

 이에 대해 국내 ISP들은 현실적 이유를 들어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프로그램 설치에 따른 추가비용, 접속제한에 따른 수익감소 등 이에 소요되는 부대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는 ISP의 이해를 대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부의 이같은 규제 움직임은 인터넷 사용환경 전반을 고려해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고 당부하고 싶다.

 인터넷의 속성은 지구상 그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인류 최초의 개방형 네트워크라는 점이다. 누구도 제어할 수 없기 때문에 시공을 초월해 모든 정보가 생산·가공·유통되며 바로 그 속성으로 인해 밀레니엄 패러다임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인터넷이라는 사이버 공간에서는 그간 생각지도 못한 각종 범죄나 사회병리현상이 발생하고 있고 국민의 안녕과 복지를 책임져야 하는 정부가 이에 관심을 갖고 대처하는 것은 당연하다. 더욱이 인터넷이 확산될수록 부작용과 역기능도 정비례해 확대될 것이고 정부로서는 어떤 형태로든 이를 규제하고 싶은 유혹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정부가 인터넷에 직접 개입하는 이같은 규제는 인터넷 속성 자체를 부정하는 꼴이 될 수 있고 그 실효성도 장담할 수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음란물의 예만 봐도 이를 생산하고 배포하는 행위는 현행 법률로도 처벌이 가능하다. 이를 ISP를 통해 원천봉쇄한다는 발상은 가능하지도 않을 뿐더러 간섭받기 싫어하는 네티즌들의 반발에 직면할 공산이 크다.

 아무리 뛰어난 차단 프로그램을 설치한다 해도 음란물 접속을 원하는 네티즌이라면 이를 우회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우리는 세계 최고의 보안을 자랑한다는 백악관이나 미 국방부 사이트도 해커들에게 번번이 뚫리는 모습을 이미 보았다.

 그래서 정부가 좀 더 신중한 자세로 이 문제에 접근하기를 기대한다. 인터넷에 직접 뛰어들기보다는 불법행위 적발시 처벌을 강화하는 동시에 건전 통신문화 확산을 겨냥한 다양한 캠페인과 홍보활동을 병행하는 간접규제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취하는 규제의 속성상 일단 규제틀이 한번 만들어지면 이것이 다른 부문으로까지 계속 확대재생산된다는 것은 우리가 누차 보아왔다. 인터넷을 산업사회의 잣대로 접근해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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