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등 전자상가에 최근 현금확보를 노린 고의부도나 일부 택배 업체들의 사기가 끊이지 않고 있어 유통업계의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말 선인상가의 한 유통업체가 모니터 유통업체를 비롯해 하드디스크·CPU 유통업체 30여곳으로부터 여신 가능한 제품을 다량 매입, 용산 일대에서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처분한 뒤 문을 닫은 사건이 발생했다.
이 업체는 현금화하기 쉬운 모니터나 CPU를 집중적으로 확보해 도매로 넘기고 상인들로부터도 결제대금을 빙자해 최고 8000여만원을 빌리는 등의 수법으로 자금을 끌어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규모는 업체에 따라 다르나 물품을 공급한 업체의 경우 최고 2억원에 달하며 상인들도 적게는 200만원에서 많게는 8000만원을 결제대금으로 빌려줘 전체 피해 규모는 11억∼15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관련 피해업체들은 해당업체 대표를 경찰에 고발했으나 용산 일대의 유통업계는 이 업체의 고의부도에 따른 자금압박이 연쇄적으로 이어지면서 냉기가 감돌고 있다.
이같은 유형의 사건은 지난 7월 나진상가에서도 발생하는 등 한달에 한번 꼴로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덤핑판매가 자주 발생하는 용산전자상가의 특성상 사전에 파악하기 어려운데다 추적도 쉽지 않아 상인들은 뚜렷한 대응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한편 이와는 별도로 배달 과정에서 물품 가로채기 사건도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이는 유통 업체가 평소 거래하던 택배업체에 전화를 통해 배송을 요청하면 거래업체의 직원이 도착하기 전에 엉뚱한 업체의 직원이 와서 배송물건을 접수해 사라지는 것이다.
용산 선인상가에서 PC를 판매하는 한 상인은 『업체에서 전화로 배송을 요청할 때 범인들은 무전기나 별도의 도청장치를 이용해 정보를 미리 파악, 택배업체를 가장해 자연스럽게 물품을 접수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택배업체를 가장한 물품 가로채기 사건이 발생하자 선인상가상우회는 아예 벽보를 붙이고 상인들에게 택배업체 이용시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도록 당부했다.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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