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제 메타랜드 부사장
인터넷기업은 해당 인터넷의 가입자수로 그 가치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터넷기업의 인수 및 합병에서도 거래금액은 가입자수에 따라 달라진다.
AOL은 10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ICQ를 6억 달러에 인수했고 200여만명의 회원을 가진 하늘사랑은 수백억원에 네티앙에 합병됐다. 100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자랑하는 많은 인터넷기업들의 가치는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국내 인터넷기업들은 많은 경품과 수억원의 현금을 뿌리면서 가입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과연 이것이 인터넷기업의 실제 가치일까. 업계 전문가들은 인터넷기업의 회원확보 경쟁이 거품이라고 주장한다. 일각에선 새로운 인터넷시대의 패러다임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뒤떨어진 생각이라고 일축하기도 한다.
최근 들어 미국의 인터넷 주식시세가 실제가치를 찾아가고 있다. 버블장세에 힘입어 한동안 110달러까지 치솟았던 아마존 주식이 지난 8월 조정국면 때 45달러 이하로 폭락했다가 다시 70달러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는 양상이다.
국내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아 폭발적인 신장률을 기록했던 일부 인터넷 관련주들이 거품이 빠지면서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인터넷산업이 전환점에 들어섰다는 징후다. 인터넷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평가기준도 냉정해지고 있다.
인터넷 가입자수를 모두 합치면 우리나라 실제 네티즌수를 몇 배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그만큼 중복회원이 많다는 것이다. 네티즌이 방문하는 인터넷 사이트마다 사용자의 가입을 유도하고 있고 사용자들도 기꺼이 혹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정보를 입력시키고 있다. 일부 네티즌의 경우 10∼20여곳의 인터넷 사이트에 자신의 정보를 입력해 놓고 있다.
하지만 이중 대부분의 사이트는 다시는 돌아가지 않는다. 이처럼 대부분 네티즌의 가입정보는 처음부터 사장될 뿐 아니라 네티즌은 현재보다 더 좋은 정보와 더 좋은 혜택을 주는 곳이 있으면 뒤돌아보지 않고 떠나간다. 그래서 지금의 가입자수라는 것은 실제로 허상에 불과하다. 가입자를 모으는 것은 그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여러가지 부가가치를 제공함으로써 그를 통해 사업을 하자는 것인데 어렵게 모아온 가입자가 훌쩍 떠나버릴 바에야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래서 수많은 가입자를 확보한 많은 사이트들이 새로운 사업을 벌여 실패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많은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사이트들이 가장 하고 싶어하는 사업이 전자상거래다. 그러나 수십만, 수백만 가입자를 대상으로 쇼핑몰을 구축해선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 가입자들은 이미 절반 이상이 더 이상 가입자가 아닐 뿐 아니라 가입자는 구매자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정보를 위해서 혹은 혜택을 위해서 쉽게 자신의 정보를 공개했던 사람들은 구매 단계에서는 더욱 소심하고 또 냉정할 수밖에 없다.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데는 기존 고객을 유지하는 것보다 5배 이상의 비용이 든다고 한다. 어렵게 얻은 가입자를 많은 사이트들은 제대로 활용해 보지 못하고 모두 놓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인터넷업계는 가입자를 확보하는 단순 숫자놀음에서 벗어나 로열티가 있는 고객, 혹은 구매자의 차원으로 질을 한단계 높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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