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창간17주년> 교육.. 열린 "디지털 상아탑" 개설 붐

 우리나라 사이버 대학은 어디쯤 와 있을까. 또 요즘 대학가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사이버 강좌가 얼마만큼 효과를 발휘하고 있을까.

 현재 국내에는 70여개 대학이 사이버 강좌에 다가서고 있다. 아직은 상당수 대학이 수강신청을 비롯한 학사일정을 온라인으로 수행하는 사이버 대학 서비스를 실시하는 수준이지만 사이버 강좌를 통한 학점관리에 나서거나 준비중인 대학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또 사이버 교육을 위해 학칙을 개정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국내 사이버 대학은 여러 학교들이 연합한 가상대학 컨소시엄과 독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대학들로 대별할 수 있다.

 가상대학 컨소시엄은 한국대학가상교육연합에서 개명한 한국사이버대학과 열린사이버대학·한국가상대학연합·한국온라인가상대학·한반도가상캠퍼스·부울가상대학·서울사이버디자인대학 등 7개. 이 가운데 한국사이버대학은 전국 37개 대학이 참여하고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가상대학 컨소시엄으로 꼽힌다. 무궁화위성과 인터넷망을 통해 수업하고 회원대학의 위성강의실에서 원격강의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열린사이버대학은 성균관대를 비롯한 12개 대학과 삼성SDS 등 산업체가 공동으로 구축, 운영하고 있다. 가상대학 중 유일하게 4학기 쿼터제와 2학기제를 병행해 지난해 9월부터 가동에 들어갔으며 상호 학점교류가 인정된다. 92개 강좌를 개설하고 있는 열린사이버대학은 인터넷으로 모든 것을 서비스하고 있는데 지난 2월에는 미국 뉴욕의 월드트레이드센터 유니버시티와 협력키로 했다. 한국가상대학연합은 전국의 9개 대학이 학교간 지역편차를 해소하고 교과목 특성을 살리는 데 주안점을 두고 지난해 1학기부터 강좌를 개설했으며 현재 각 학교간 상호 학점교류를 인정하고 있다.

 또 한국온라인가상대학은 대학별 특성화 사업에 초점을 두고 있다. 지난해 말 중앙대가 주축이 돼 경기대·대전산업대·공주문화대 등 4개 대학과 나우콤이 참여해 각 대학의 특성화 사업을 우선적인 강의과목으로 개설해놓고 있는데 지난해 8월에는 연변 과기대, 카자흐스탄대, 몽골 울란바토르대 등과 협정을 맺고 국제가상대학 컨소시엄을 구성하기도 했다. 한반도가상캠퍼스는 수도권의 숭실대와 서울여대, 영동권 한림대, 중부권 금오공대, 남부권 인제대 등 5개 대학이 주축이 되고 LGEDS시스템이 공동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지난 3월에 가상대학 오픈식을 갖고 지역간 상호 학점교류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부울가상대학과 서울사이버디자인대학은 특정 분야에 대한 특화성 사이버 대학이다.

 부울가상대학은 부산과 울산에 있는 동아대·부산대·동명정보대·울산대 등 4개 대학을 주축으로 시도 교육청과 관련기관이 협력해 산업적 측면에서 지역특성을 살릴 수 있는 교육과정을 개설, 운영하고 있다.

 서울사이버디자인대학은 국민대와 홍익대가 협력해 구축한 사이버 대학으로 이들 대학이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디자인 미술 분야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국민대와 홍익대는 현대미술·입체조형 등 9개 과목에 대해 학점교류제를 도입하고 있으나 아직 일반인들에게는 학점 취득권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

 독자적으로 사이버 대학을 구축하는 학교들도 많다. 그 중에서 한국방송대가 대표주자로 꼽힌다.

 한국방송대는 기존 매체인 라디오와 케이블TV를 이용한 원격수업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삼성SDS의 가상학교저작지원시스템인 「유니캠퍼스」를 이용, 일반인 대상의 인터넷 교양강좌까지 개설, 운영하고 있는데 디지털 라이브러리와 인터넷 코스웨어를 연계한 사이버 대학의 모형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서강대도 자체적으로 사이버 대학을 구축, 운영하는 선두대학에 속한다. 지난해 여름 계절학기를 이용해 「C언어」 과목을 대상으로 사이버 교육을 처음 실시했는데 수강생들이 가정에서 인터넷을 통해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했고 이를 학점으로 인정함으로써 대학내 사이버 교육의 불꽃을 피웠다. 이 학교는 또 사이버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가상 교학과를 대학내 별도 기관으로 설치하기도 했다.

 지방대 중에선 전남대와 동아대가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전남대는 쌍용정보통신과 한국전산원에 의뢰해 지난해 8월 「가상대학 열린교육시스템」을 구축, 운영하고 있는데 인트라넷을 통해 원격교육은 물론 등록·수강신청·평가 등 일반적인 학사관리를 실시하고 있다. 동아대는 그룹웨어인 노츠를 이용해 강의실·토론실·자료실·시험관리·강의평가·주소록·게시판 등 수업에 필요한 모든 기능을 사이버 공간에서 통합관리할 수 있는 「사이버에듀시스템(CES)」을 개발,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대학들이 이처럼 사이버 교육에 앞다퉈 나서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그 기반환경은 취약한 게 현실이다. 사이버 대학 구축을 추진하는 대학들의 예산 자체가 턱없이 부족한 것에서부터 교육 콘텐츠 부족, 관련규정이나 법령의 미비, 인프라 부족 등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현실여건이 의욕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콘텐츠 부족과 통신망 미흡은 완전한 사이버 대학을 실현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로 인해 대다수 국내 사이버 대학은 인터넷을 통한 텍스트 형식의 자료제공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그나마도 통신망 속도가 느려 접속하기 힘든 경우가 적지 않은 실정이다.

<이윤재기자 yj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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