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들은 다 모여라.」
386세대를 위한 포털사이트(www.386.co.kr)를 오픈해 주목받는 인터넷 벤처가 있다.
80년 서울의 봄을 시작으로 광주민주항쟁과 6·29 그리고 88서울올림픽으로 젊은 시절을 보낸 386들. 이제 청년문화와 장년문화 사이에 「낀 세대」. N세대들이 주름잡는 사이버 공간에서 386들은 왠지 서글프다. 대학가에선 컴퓨터 1세대요, 직장에선 인터넷 1세대라 자부하지만 알아주는 사람은 별로 없다.
자기주장이 강하고 톡톡 튀는 10대와 20대에 밀려 대중매체로부터도 외면당하는 386들이다.
제네럴네트웍스(대표 윤강희)는 바로 이런 386세대를 겨냥한 포털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한 6개월 전 쯤인가요. TV에서 386 포크가수들이 설 땅이 없다는 뉴스를 봤어요. 음악프로그램이 모두 신세대 연예인들만 출연시킨다는 거죠. 그러다 보니 미사리 카페촌에 모여 언더그라운드 시절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그 때 생각했죠. 386을 위한 문화공간이 필요하다는 걸 말입니다.』
윤강희 사장은 그날 386 포털을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외대 무역학과 83학번으로 64년생인 윤 사장 자신도 386의 일원이다. 그는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원, 외환은행 경영컨설턴트, SK그룹 신규사업팀, 광고대행사 마케팅 업무까지 다양한 일을 해봤다.
그리고 내린 결론이 인터넷 비즈니스다. 사이버 신천지에서 어떤 아이템을 골라야 할까 고민하다가 386포털을 떠올리게 된 것. 그는 당장 386이라는 도메인부터 신청했다.
윤 사장은 386세대가 우리 사회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상공간에서나, 현실세계에서나 주역이 될 만한 능력을 가진 세대죠. 지나치게 개인적인 10대와 20대는 개성은 넘치지만 미래를 위한 청사진을 내놓기엔 경험이 부족합니다. 사회의 어른인 40대와 50대는 급변하는 21세기에 적응하기엔 또 너무 매너리즘에 빠져 있습니다. 다가올 미래의 대격변과 장년층의 보수주의가 악수하기란 쉽지 않거든요. 그렇다면 결론은 30대뿐입니다.』
윤 사장은 그런 386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인터넷이라고 믿는다.
제네럴네트웍스의 386 포털은 「30대가 놀고 쉬고 만나고 자기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30대의 생각을 나누는 「게시판」부터 실시간으로 대화할 수 있는 「대화방」, 동호회 모임을 만드는 「클럽 서비스」가 있다.
그리고 30대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위한 「재테크」와 창업정보를 제공하는 「벤처마트」, 전문가들의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컨설턴트」가 있다.
『특별히 홍보도 하지 않았는데 서비스 첫날 서버가 다운되더군요. 이제 두 달도 안 됐는데 386 클럽의 경우 300개를 넘었습니다. 학교 동문회만도 80군데가 개설됐고요.』
재미있는 동아리도 많다. 용클럽은 용띠들의 모임. 12살부터 96세까지 용띠면 누구나 정회원이다. 용띠 부모나 형제, 애인을 가진 사람, 심지어 용띠 관련 동네에 살거나 용에 대한 전설을 알고 있는 사람도 용클럽 준회원이 될 수 있다.
외국에 살고 있는 이들까지 가입시켜 시드니에서 밀레니엄 용축제를 열겠다는 것이 용클럽의 야무진 꿈이다.
제네럴네트웍스사는 웹 디자이너와 관리직원 빼고는 모두 386이다. 8명의 직원들은 출퇴근 시간 없이 재택근무를 한다. 이 회사의 원칙은 절대로 회의시간은 30분을 넘기지 않는 것. 미팅에 들어오기 전에 충분히 생각하고 아이디어를 갖고 오라는 뜻이다.
『만남과 교류를 통해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세대 공동체, 직장생활의 어려움을 나누는 두레 공동체, 창업과 투자를 위해 힘이 되는 비즈니스 공동체를 만들 겁니다. 그래서 한국의 30대뿐 아니라 전세계 30대들이 만나는 휴먼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제네럴네트웍스의 꿈입니다.』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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