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PC시장이 저가 PC의 빠른 확산에 힘입어 활기를 띠고 있다.
그동안 소텍, FCI판매 등 중소 PC업체가 주도적으로 개척해 온 저가 PC시장에 일본 IBM, 델컴퓨터, 일본 게이트웨이 등 메이저업체가 잇따라 참여하면서 일본 PC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중소업체가 틈새시장 공략의 일환으로 적극 추진해 온 저가 PC시장에 최근 메이저 업체들이 잇따라 후발주자로 뛰어들자 업계에서는 『중소업체와 메이저업체의 공수위치가 뒤바뀐 게 아니냐』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처럼 메이저 업체들이 저가전략에 나서게 된 것은 최근 불고 있는 인터넷 붐에 힘입어 저가격 PC의 보급이 기대이상의 속도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메이저 업체들이 저가 PC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됨에 따라 일본 시장도 완전한 10만엔 미만 시대에 돌입했다.
지금까지 10만엔 미만의 저가 PC를 시판한 업체는 소텍이나 FCI판매, 버텍스링크 등 지명도가 낮은 중소 업체가 대부분이었다.
때문에 중소업체가 저가PC를 시장에 내놓던 초기까지만 해도 메이저 업체들은 『소프트웨어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초보자용으로는 맞지 않다』거나 『틈새상품에 지나지 않는다』며 신중한 자세를 취해왔다.
그러나 저가 PC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지자 메이저업체의 반응도 달라졌다. 8월말에는 미국 델컴퓨터의 일본법인인 일본 델컴퓨터가 본체 7만4800엔, 모니터 포함 9만4800엔인 「디멘션J」를 시판했다.
이어 일본 게이트웨이도 9만9800엔에 「GP6400C」를 선보였다.
양사 모두 상급 사용자가 많은 직판업체지만 저가격 PC를 선보이면서부터는 초보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예전 같으면 양사의 이같은 저가PC 전략을 한시적인 공격이라고도 할 수 있었지만 일본 PC시장 점유율 3위이며 대리점 판매를 주력으로 하고 있는 일본IBM이 이달 초부터 10만엔 미만의 저가PC를 선보임으로써 메이저업체의 저가PC 전략은 본격화됐다.
선두업체인 NEC와 2위인 후지쯔의 경우 최저가격 기종이라 해봐야 14만엔 전후로 아직은 비싼 편이다.
또 아직까지 양사는 10만엔 미만의 저가기종을 선보일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올 가을에는 현행 기종보다 싼 모델을 선보일 가능성은 크다고 볼 수 있다.
메이저 업체들이 일제히 저가 PC를 시장에 선보이는 이유는 중앙연산처리장치(CPU) 및 메모리,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등 핵심 부품의 가격이 하락해 저가기종을 생산하기 쉬운 여건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틈새시장 정도로 보아온 저가 PC시장이 예상 이상의 기세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저가 PC시장의 선두주자로 자리잡은 소텍은 호조의 판매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멀티미디어종합연구소에 따르면 도쿄 아키하바라 지역에서 차지하는 소텍의 점유율은 2%대로 상승했다.
라옥스의 「더 컴퓨터관」의 경우 데스크톱 PC의 주간베스트10 중 1위에서 4위까지가 소텍 제품일 정도다. 저가 PC는 전자우편 등의 빠른 보급에 따라 PC 사용자가 학생층으로 확산되면서 젊은층을 개척하는 첨병으로서의 중요성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버텍스링크가 특정 인터넷 접속 사업자와 계약하는 것을 조건으로 공짜 PC를 공급하는 등 서비스회사가 저가 PC를 네트워크 단말기로 대량 구입해 소비자에게 나눠주는 사업도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메이저업체의 반격은 저가 신제품 공세뿐만 아니다.
일본 애플컴퓨터는 미국 본사와 공동으로 자사의 「i맥」 디자인을 도용한 혐의로 소텍을 제소했다. 애플의 이번 제소는 저가 PC를 무기로 한 중소 업체들이 무시하기 힘들 정도로 세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데 대한 위기감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브랜드의 영향력이나 재력에서 앞선 메이저 업체들의 반격이 본격화함에 따라 지금까지 공격적인 자세를 취해 온 중소 업체도 새로운 대책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소텍의 경우 이달 초에 최신기종인 「PC스테이션M시리즈」를 발표했다. 9만9800엔이라는 가격은 변함없지만 CPU를 466㎒로 올리고 디지털다기능디스크(DVD)롬 드라이브를 기본 탑재해 가격대 성능비를 대폭 향상시켰다.
버텍스링크도 지정하는 인터넷 접속사업자와 계약하는 것을 조건으로 본체 가격이 4만9800엔인 저가 PC를 시판했다.
인터넷 접속 사업자와 계약을 하지 않을 경우에도 5만5000엔(본체 별도)의 저가격에 선보이고 있다.
이들 중소 업체들은 지금까지와 같이 아웃소싱 노선에 철저를 기함으로써 메이저 업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주문정기자 mj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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