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HP와 한국엡손, 롯데캐논 등 프린터 3개사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장, 비방광고에 대한 시정조치를 받은 것은 프린터 업체들의 극한적인 경쟁체제가 위험수위를 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한국HP가 경쟁사 제품과 비교테스트를 통해 일반용지 프린터 성능을 과장한 내용과 한국엡손이 자사 고급기종과 경쟁사의 보급형 기종을 비교 테스트한 사례, 롯데캐논이 잉크소모량을 크게 줄인 경제성 있는 프린터라는 점을 부각시킨 광고내용이 실제와 다른 부분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시정조치를 내렸다.
이번 조치로 프린터 3개사는 일간 신문에 광고를 게재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프린터 업체의 과당경쟁체제는 지난해 삼성전자와 한국엡손, 롯데캐논이 한국HP의 독주체제에 도전장을 내밀면서부터 이미 예견됐다.
프린터 4사에서 유일하게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조치를 피해간 삼성전자는 프린터 부문에서 제2의 애니콜 신화창조를 표방하며, 그리고 한국엡손은 「포토 리얼리즘」을 통한 고급사용자 확보를 선언하고 한국HP와 더불어 시장장악을 노려왔다.
또 레이저프린터 엔진부문에서 세계적인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일본 캐논사가 한국시장 확대를 추진하면서 시장을 지키려는 한국HP와 삼성전자, 한국엡손 사이에 광고전쟁이 촉발됐다.
이들 프린터 공급업체의 광고·홍보전쟁은 이미 일반화한 신문과 TV, 라디오 광고 외에도 로드쇼와 캐시백 행사, 인터넷을 통한 경품, 경매행사, 무료 출력이벤트 등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이런 프린터 공급업체들의 광고·홍보전에서 가장 문제시된 것이 비교테스트다. 이미 프린터 업체들은 지난해 「포토」프린터 출시를 기점으로 비교테스트 대상 기종문제로 마찰을 빚어왔다. 제품발표회가 있을 때마다 출력하는 문서를 조작해 속도를 돋보이게 하거나 성능차이가 나는 기종을 비교대상으로 삼았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시장점유율 역시 프린터 업체들이 과장하는 단골메뉴다. 4개사의 경쟁체제가 극에 달한 최근까지도 일부 프린터 업체들은 60∼50%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으나 사실 여부 파악이 힘든 실정이다.
올들어서는 프린터와 컴퓨터를 싣고 다니며 대학가를 순회하는 홍보트럭을 놓고 먼저 시작한 회사와 이를 본뜬 회사 사이에 원조논란이 있었으며 최근에는 업체들이 주력으로 삼고 있는 「포토 프린터」의 「포토」성능이 새로운 논란의 불씨로 떠오르고 있다.
프린터는 인쇄방식에 따라 해상도와 출력속도가 달라지지만 최근에 발표되는 포토프린터는 성능이 우수해 사무용이나 개인용에서는 업체들이 홍보하는 만큼의 차이가 있지 않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그러나 이런 평가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프린터 성능을 평가할 표준 문서나 시장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쉽게 해결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앞으로 주요 프린터 공급업체들이 국내 굴지의 기업들인데다 소비자 지향적인 상품이라 단순한 제품홍보만으로는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기 힘들고 프린터 보급대수에 따라 실질적인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잉크 카트리지와 용지매출 때문에 업체들의 비교광고나 시장점유율 경쟁, 성능공방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프린터 업체는 시장규모가 크고 업체 사이 논란이 끊이지 않는 현실을 감안, 표준문서를 만들어 시험하자는 의견까지 내놓고 있으나 이마저도 서로 이해 득실이 달라 성사되지 않는 상태다.
<이규태기자 kt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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