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글 긴생각> 벤처기업과 위험관리

 벤처기업은 말 그대로 큰 위험성과 불확실성을 담보로 미지의 가능성에 도전하는 기업이다. 벤처기업이 성공하기까지는 수많은 난관이 있으며, 실제로 성공하는 벤처기업의 수는 그렇게 많지 않다. 그러나 일단 성공하기만 하면 그 기업은 몇십배, 몇백배의 고부가가치를 생성하는 기업이 된다. 벤처투자자의 입장에서 보면 여러 개의 투자기업 중에서 한 기업만 성공하더라도 실패한 기업들의 손실을 전부 보상하고 남을 만큼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따라서 벤처기업의 입장에서는 위험이란 기회를 뜻하며, 위험을 무릅쓰지 않고서는 성공할 수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벤처기업과 위험관리(Risk Management)는 서로 관련성이 없으며, 벤처기업에서 위험관리는 금물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다. 그러나 벤처기업이라고 할지라도 경영자 입장에서 위험관리는 필수적인 것이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특히 올해처럼 전반적으로 경기가 좋아지고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열기가 달아오를 때 벤처기업은 외부적으로는 적극적인 마케팅 및 영업활동을 펼쳐서 시장을 키우고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겠지만 내부적으로는 가장 좋지 않을 경우(Worst Case Scenario)를 가정해서 관리를 하고 조직을 정비해야 한다.

 영업활동이나 투자를 통해서 자금의 여력이 생겼을 때는 무조건 인력을 충원할 것이 아니라 사무효율을 높일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우선적으로 투자를 하고 고정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먼저 강구해야 하며 아웃소싱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좀 더 빠른 프린터와 복사기를 구매하거나 부서마다 프린터와 팩스 등을 갖추어 동선을 최소화하고 팩스 서버나 그룹웨어를 도입하는 등의 업무효율을 높일 수 있는 시스템 투자는 자금 여유가 생기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들이다. 사무실 임대비용을 월세 대신 전세로 바꿔서 고정비용을 줄이는 것도 자금 여유가 있을 때 하지 않으면 다시 기회를 잡기가 힘들 수도 있다.

 그러나 벤처기업이 사옥을 짓거나 부동산을 구매하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반대의 입장이다. 부동산을 가지고 있으면 고정비용이 오히려 증가하고 자금 유동성이 떨어져 만약의 경우 위기가 닥칠 때 대처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이 좁아지기 때문이다. 회사는 사옥의 크기나 화려함보다는 재무제표가 모든 것을 대변해준다는 것이 필자의 믿음이다.

 또한 이러한 관리 측면의 위험관리 이외에도 제품개발 측면의 위험관리도 중요하다. 지금 보기에는 아무리 영속적인 제품처럼 보일지라도 모든 제품에는 수명이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미리 대비를 하지 않고 현재에 안주하는 기업은 제품의 수명이 다하는 것과 함께 기업의 수명도 다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무조건적인 문어발식 확장도 곤란하다.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거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때는 현재의 강점을 잘 활용할 수 있고 서로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는 것을 신중하게 선택해서 철저한 시장조사와 사업계획 하에 전략적으로 접근해야만 한다.

 이러한 위험관리를 통해 재정비된 기업은 만약 경기가 다시 침체되거나 사업적인 면에서 어려움을 겪어도 살아남을 수 있게 되며, 다행히 경기가 호전되거나 마케팅 및 영업 활동이 성공할 경우에는 더 큰 폭의 이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된다. 국내 벤처기업들이 이러한 체질개선 과정을 통해 튼튼한 중견기업으로 거듭나는 기업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것이 필자의 바람이다.

<안철수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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