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성큼 다가오면서 서정적인 내용을 담은 음반들이 잇달아 출반되고 있다.
최근 발매돼 폭발적인 반향을 보이고 있는 가을 서정을 담은 음반으로는 단연 포르투갈의 전통음악인 「파도(FADO)」음악을 소개한 「베빈다」의 앨범 「FATUM」을 꼽을 수 있다.
이 앨범은 SBS TV 주말드라마 「파도」의 이영애 테마곡으로 삽입되면서 알려지기 시작해 거센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파도」란 포르투갈인들이 즐겨 부르는 블루스 스타일의 곡으로 이별과 상실·고독·슬픔 등을 담고 있는 음악. 이같은 스타일의 곡은 아말리아 로드리게스의 명곡 「Negro(검은 돛배)」와 「Lagrima(눈물)」 등으로 국내에 널리 알려지기도 했으나, 그 동안 영·미권의 음악에 밀려 기억속에 감춰져 왔다.
이 앨범의 타이틀 곡인 「다시 스무살이 된다면」과 「운명」은 베빈다의 애잔한 목소리와 나약한 인간의 존재를 한껏 맛볼 수 있으며 특히 「스무살…」은 모 휴대폰 회사의 광고 배경 음악으로 쓰일 만큼 젊은이들 사이에서 큰 반응을 얻고 있다.
함께 담겨 있는 「기도」와 「파도」 등도 분위기 맞추기에 제격이다. 사랑과 실연, 그리고 삶의 고통과 무게를 느끼게 해주는 베빈다 음반의 인기는 가을이 깊어 갈수록 수직 상승하고 있다.
청아한 하늘의 목소리로 꼽히는 「애니 해슬럼」의 「Still Life」도 최근 스테디셀러로 자리하고 있다. 애니 해슬럼은 르네상스의 히로인이라고 불릴 만큼 음역이 뛰어난 가수.
그녀의 이 음반은 클로스 오버의 명반으로 꼽힐 정도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로열 필 하모닉오케스트라와 함께 엮어낸 이 음반의 타이틀곡은 「차이코프스키 제5번 교향곡 중 아다지오 칸타빌레」. 그러나 국내에서는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와 「알비노니의 아다지오」가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불세출의 여성 보컬리스트로 꼽히는 그녀의 흡입력은 듣는 이로 하여금 가을속에 흠뻑 빠져 들게 한다.
이에 앞서 한달전 발매된 「케니 G」의 「Classics In The Key Of G」도 가을바람을 한껏 느끼게 해주는 신보. 이 음반은 불과 한달만에 10만여장의 판매고를 올리는 등 팬들의 가슴속을 깊숙히 파고 들고 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음반업계는 한국 음반시장에만 특히 두드러지는 현상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팝 전문가 이종성씨는 『가을이면 슬픈 음악이 주류를 이루는 게 국내 음반시장의 독특한 현상』이라면서 『이는 계절적 감성에 예민한 우리민족의 특성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음반업계는 가을향연이 깊어 갈수록 슬픈 음악을 기저로 한 음반들이 당분간 대세를 이뤄 나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모인기자 inm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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