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파이프처럼 생긴 것(실린더 축음기)이 돌아가면서 소리를 내네. 스피커는 이렇게 큰데 소리는 무척 작네, 이건 또 뭐야? 전구 속에 작은 전구가 또 있잖아.』
휴가철을 맞아 강원 강릉시에 있는 참소리박물관(관장 손성목)을 찾은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의 눈에는 호기심이 가득하다.
200년 전의 뮤직박스부터 축음기를 거쳐 최첨단 오디오 세트까지 이 박물관의 소리여행은 흥미진진하다. 규모는 비록 3층 짜리 본관 건물과 에디슨관·뮤직박스관 등 단층 건물 2동이 전부지만 이곳에 전시돼 있는 소장품 내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우선 축음기만 해도 1880년대 초기 왁스 실린더 300여점, 1890∼1915년 원반 축음기 800여점, 1920∼1940년대의 포터블 축음기 200여점 등 모두 1300여점을 헤아린다. 여기에 에디슨 발명품 500여점과 라디오·텔레비전·전축·음반·서적과 자료들이 곳곳에 진열돼 있어 전문가들도 쉽게 발걸음을 옮기지 못한다.
1901년 스페인에서 제작된 캐비닛형 축음기를 비롯해 1925년 영국산 최초의 리모트 컨트롤형 축음기인 오토매틱 그래머혼, 1930년대 미국산 웨스턴 일렉트릭 보이스 등 모두 내로라 하는 명품들이기 때문이다. 또 1800년대 후반의 외장형 나팔 축음기부터 1920∼1940년대 내장형 축음기, 1925년에 처음 선보인 텔레비전, 1930∼1940년대의 텔레비전·라디오까지 샅샅이 훑고 나면 축음기 역사의 윤곽이 잡힌다.
에디슨관은 40여종 400점에 달하는 에디슨 발명품만 모아놓은 곳이다. 최초의 벽 부착형 전구와 영사기가 서로 최고를 자랑하듯 관람객을 맞는다. 또 최초의 축음기인 틴 호일과 클래스엠, 엠베롤라는 금방이라도 에디슨의 탄성을 쏟아낼 것만 같다. 현재 미국내에 에디슨 관련 전시관이 세 군데 있지만 에디슨의 명성에 비하면 부실한 편이다. 워싱턴 스미소니언 박물관과 디트로이트 포드자동차 회사에 있는 2개의 에디슨관과 뉴저지주 멜로파크 에디슨연구소의 소장품을 모두 합해도 여기에 비하면 턱도 없다는 게 참소리박물관 손성목 관장의 설명이다.
뮤직박스는 1796년부터 1800년대 초까지 사람들의 귀와 혼을 자극하던 소리기기. 에디슨이 축음기를 발명하면서부터 사라져갔지만 옛 사람들의 음악세계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환상적인 소리단지다. 축음기에 앞서 명성을 떨치던 갖가지 뮤직박스들도 이곳의 자랑거리다. 원통형과 원반형, 플레이어 피아노, 오케스트리온, 노래하는 새, 움직이는 인형이 있는 뮤직박스, 의자 뮤직박스들이 200년 전 소리의 세계로 시계바늘을 돌리고 있다. 여기에 박물관 직원들로부터 소리에 얽힌 에피소드를 들으면 아무리 감각이 무딘 관람객이라도 웃지 않고는 못 배긴다.
「십년 감수했다」는 말이 있다. 우리가 흔히 쓰면서도 이 말이 축음기와 관련됐음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구한말 축음기가 이 땅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일반인들은 대부분 소문으로만 그 신기한 「소리단지」를 들어 알고 있을 뿐이었다. 황실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
고종이 당대의 유명한 광대 박춘재를 궁궐 안으로 불러들였다는 것이다. 박씨가 노래 한마디를 끝내고 축음기를 틀자 박씨의 노랫소리가 그대로 흘러나왔다. 축음기 소리에 놀란 고종이 불쑥 꺼낸 한마디가 바로 「춘재, 네 명이 10년은 감했구나」였다. 『「십년 감수했다」는 말의 유래는 축음기가 사람의 정기를 빼앗아간다고 생각한 데서 비롯됐다』고 손 관장은 설명한다.
소리와 빛이 빚어내는 자연의 오묘한 세계를 「정통 과학」의 시각에서 풀이한 책도 서점에 나와 있다. 아카데미 서적(대표 주성우)이 지난해 펴낸 「톡톡 튀는 소리의 세계」가 바로 그것이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소리박물관을 찾기 어려운 사람이라면 이 책과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edison.or.kr)를 통해서라도 한번쯤 소리의 세계에 빠져볼 것을 권하고 싶다. 참소리박물관은 연중무휴로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반인들에게 공개된다. 입장료는 성인 3500원, 중·고교생 2500원, 초등학생 1500원. 문의 (0391)652-2500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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