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 데이튼 어스링크 회장
대학문턱에도 가보지 않고 21세기 파워 엘리트로 손꼽히는 젊은이가 있다. 비즈니스위크가 선정한 「98년 톱7 사업가」, 포브지가 뽑은 「98년 올해의 기업가」에 오른 어스링크 네트워크의 스카이 데이턴 회장(27)이 바로 그다. 그는 어스링크를 미국 2위의 인터넷 접속 서비스업체로 키웠고 무서운 속도로 아메리카 온라인(AOL)을 뒤쫓고 있다.
데이턴은 뉴욕 출신이다. 아버지는 조각가, 어머니는 무용가 겸 시인이었다. 가난한 예술가들이 사는 보웨리 지역에서 그의 아버지는 하루종일 공터를 뒤지며 금속 쪼가리들을 모았다. 그것을 가지고 멋진 조각을 만들어 허름한 동네 건물 옥상에 전시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정보통신의 중심지 캘리포니아에 살면서도 자신이 태어난 곳이자 예술의 고향이며 아버지와의 추억이 있는 뉴욕을 항상 그리워한다.
어린시절 뉴욕을 떠나 로스앤젤레스로 옮긴 데이턴은 할머니, 할아버지와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그의 할아버지는 데이턴의 인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인물이다. IBM의 연구원이었던 그는 8살짜리 손자에게 라디오 조립세트를 선물했고 트랜지스터 라디오 조립법을 가르쳤으며 새너제이의 IBM사무실로 데려가 컴퓨터를 구경시켰다.
9살이 되자 데이턴은 부모를 졸라 컴퓨터를 샀다. 싱클레어 ZX81 마이크로컴퓨터였는데 그는 베이식으로 게임 프로그램을 짜면서 몇 시간이고 컴퓨터 앞에서 씨름하곤 했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16KB의 메모리 확장 유닛을 받았을 때는 너무 기뻐 탄성을 질렀다. 그는 특히 컴퓨터 애니메이션에 관심을 보였다.
88년 사립 고등학교를 졸업한 데이턴은 대학의 컴퓨터 랩에서 답답하게 시간을 보내기보다 자신이 정말로 좋아하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엔터테인먼트 광고업체에 취직했다. 18세가 되자 데이턴은 이제 돈을 벌어볼 때라고 생각하고 부모와 친구들에게 빌린 2만 달러로 웨스트 할리우드 멜로즈가에 조그만 모카 커피숍을 열었다. 6개월 후 이 커피숍 이름이 카페 모카로 바뀔 쯤엔 프리티 우먼 줄리아 로버츠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단골손님이 되어 있었다. 청춘스타 알리샤 실버스톤도 주말이면 그곳을 즐겨 찾았다.
커피숍은 장사가 잘됐지만 그는 첨단기술 비즈니스에 뛰어들고 싶었다. 그래서 92년 오랜 친구 아담 워커와 데이턴워커 디자인사를 설립한다. 디즈니와 폭스 TV에 광고를 납품하는 디지털 광고업체였다.
93년 인터넷을 알게 되면서 데이턴은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그는 인터넷이야말로 테크놀로지와 커뮤니케이션의 완벽한 결합을 이뤄줄 매체라고 생각했다. 인터넷이 곧 세상을 지배하는 미디어가 될 것임을 의심치 않았던 것.
데이턴은 데이턴워커 주식을 몽땅 팔아 어스링크 네트워크사를 설립한다. 94년 봄의 일이었다. 그는 인터넷이 대중문화가 됐을 때 어스링크가 그 문화로 사람들을 이끄는 선도적인 시장을 창출한다는 비즈니스 플랜을 세웠다. 남캘리포니아 지역에 네트워크를 구축해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어스링크는 곧 대형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로 성장한다. 넷스케이프·퀄컴·UU넷과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이 회사는 곧 미국을 대표하는 ISP가 됐고 97년 1월 주식 공개와 함께 데이턴은 엄청난 부를 거머쥔다.
캘리포니아 파사데나에 사는 젊고 잘 생기고 야심에 가득찬 이 젊은이는 이제 뉴욕이 배출한 걸출한 사업가로 뉴요커들의 동경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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