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서비스 운영을 맡고 있는 이모씨는 최근 아주 곤란한 경험을 했다. 한 이용자로부터 영문을 알 수 없는 항의메일을 받은 것이다.
자신을 회원이라고 밝힌 이 이용자의 메일 내용은 「아무리 회원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음란물 유통을 조장해서야 되겠느냐」는 요지의 항의였다.
느닷없는 내용에 당황한 이씨가 메일로 알려온 홈페이지에 접속해보니 바로 「좋은 자료가 무궁무진하다」는 선전화면이 나왔다.
이곳에서 제공하고 있는 자료의 메뉴는 「포르노 사진」 「각종 포르노 동영상」 「리얼 포르노 동영상」 「추천 포르노 사진방」 「성인 만화」 「야설」 등 척 보기에도 내용이 뻔한 음란물들이었다.
문제는 이 자료를 보고 싶으면 다른 인터넷 서비스에 들어가 회원등록을 해야 한다는 것. 맨 마지막에는 추천인 ID를 꼭 「×××」로 해야 한다는 단서가 붙어 있었다.
회원등록 아이콘을 누르면 이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서비스를 비롯해 추천인 제도를 활용해 회원등록을 받는 곳으로 연결된다.
해당 ID의 실적을 검색해보니 무려 300명이 넘는 회원이 이 ID를 추천인으로 해서 회원등록을 해놓았다.
최근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이 회원 확보를 위해 추천인 제도를 도입하는 사례가 늘어남에 따라 자신의 포인트를 높이기 위해 비정상적으로 회원을 추천하려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이씨가 경험한 것처럼 음란물을 보여주는 대가로 특정 사이트의 회원을 유혹하는가 하면 「○○에 회원으로 가입하고 추천인을 ×××로 해달라」는 메일을 무작위로 보내 네티즌들을 불쾌하게 하기도 한다.
일부 네티즌들은 실제로는 전혀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친척이나 친구들의 이름을 도용해 회원으로 등록해 놓고 추천점수를 올리기도 한다.
정작 본인들은 전혀 모르는 채 신상정보를 제공하게 된 셈이다. 뿐만 아니라 심한 경우에는 대부분의 회원정보를 주민등록번호로 분류, 정리한다는 점을 악용해 「주민등록번호 생성기」란 프로그램을 통해 가짜 주민등록번호를 등록하기도 한다.
이처럼 「가짜」 회원들이 늘어남에 따라 회원들을 유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인터넷 사이트들도 골탕을 먹고 있다.
많은 마케팅 비용을 들여 회원을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회원정보는 쓸모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퀴즈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본정보기술의 성병현 사장은 『일부 네티즌들이 추천인 보상금을 받겠다는 얄팍한 계산에서 비정상적인 수법을 쓰기도 한다』며 『이같은 목적에서 가입한 회원들은 정상적인 이용을 하지 않기 때문에 회원으로서 가치가 없을 뿐만 아니라 무리한 추천 때문에 오히려 서비스의 이미지만 실추시킬 뿐』이라고 말한다.
『마케팅적으로 의미 있는 회원만을 유지하기 위해 전자우편 ID가 없는 사람은 회원으로 가입시키지 않고 주민등록번호가 거짓이 아닌지를 검색하는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등 신경을 쓰고 있다』는 코스메틱랜드 최선호 사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입서를 제출한 회원의 약 3%는 불성실하게 정보를 기재하는 등 문제가 있는 회원으로 삭제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한다.
일부 사이트는 이같은 불성실 가입자의 비율이 무려 7∼8%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인터넷 사업의 성공은 무조건 회원 수를 늘리는 것보다 서비스를 자주 이용하는 단골 고객을 얼마나 많이 확보하는가에 달려 있다』며 『회원들의 충분한 동의하에 회원을 확보하고 한번 가입한 회원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또 가입한 회원들의 정보가 얼마나 의미 있는 것인지 검증할 수 있는 도구의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다른 네티즌들의 불편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거나 문제점을 일으킬 소지가 있는 편법이 발붙일 수 없도록 이용자들의 적극적인 감시가 필요하다.
<장윤옥기자 yo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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