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통합과 정보가전의 미래-박기순 LGIBM 상무>
모든 미디어 매체와 정보기기가 디지털방식으로 통합될 것이라는 미래 예측이 유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디지털통합이론은 현재 PC·가전업계의 진행방향과 맞춰볼 때 중대한 결함을 내포한다. 현 상태에서 PC와 가전기기는 부품 단계의 하급 기술을 공유할 뿐 공통시장으로 향하고 있지는 않다.
앞으로 등장할 디지털TV가 아무리 성능이 우수하다해도 TV사용자들이 PC구입을 포기하는 현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소비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새로운 형태의 통합정보기기가 아니라 디지털형식으로 전달되는 정보 그 자체일 뿐이다.
이미 TV나 전화같은 기존 가전제품에 너무나도 익숙해진 소비자에게 PC, TV, 전화를 한데 묶은 새로운 포맷의 통합 가전제품은 환영받기 힘들다.
어떤 통합 가전기기가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기존 제품에 비해 훨씬 뛰어난 성능과 저렴한 제품가격, 공간 사용의 효율성 등을 제공해야 한다. 소비자에게 뚜렷한 이점을 제공하지 못하는 다기능제품은 시장에서 도태되게 마련이다.
가전업계에서 정보가전이라는 개념은 막연한 통합기능 제품이 아니라 인터넷과 연계해 가전기기 고유기능을 향상시킨 제품으로 정의돼야 한다.
정보가전을 막연히 PC와 가전기기의 중간시장으로 생각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다.
최근 가전기기에 인터넷 기능을 추가한 형식의 인터넷TV, E메일 전화기, 영상휴대폰 등 새로운 개념의 가전제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으나 이는 틈새시장을 겨냥한 아이디어 제품일 뿐 TV와 전화 등 기존 가전시장 구도를 근본적으로 대체할 획기적인 상품으로 보기는 힘들다.
따라서 미래의 가전제품은 디지털기술의 발달에 따라 공통의 부품, 기술, 네트워크를 공유할지라도 통합된 시장을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굳어져 버린 소비자 행동양식에 따라 별도의 시장영역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가전업계 관계자들은 소비자의 변화하는 생활양식에 맞춰 성능을 향상시킨 정보가전기기 개발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
<정보가전 어떻게 볼 것인가-최현수 삼성SDS 이사>
대형 메인프레임에서 클라이언트서버시스템, 웹기반의 PC환경으로 컴퓨터기술은 끊임없이 진보해왔으나 보통사람들에게 컴퓨터는 라디오나 TV만큼 친근하게 사용하기는 힘든 제품이다.
최근 정보가전이라는 개념이 부각된 주된 이유는 이처럼 복잡한 PC환경에 지친 소비자들이 인간 중심의 간편한 정보기기에 대한 욕구가 높아진 것에 기반한다.
정보가전의 핵심기술은 콘텐츠와 서비스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결합하느냐에 달려있다.
단순히 가전제품에 인공지능을 부여하는 기술만으로는 정보가전기기를 개발할 수 없다. 정보가전은 독창적이고 범용성있는 콘텐츠와 새로운 서비스, 애플리케이션 개발 능력이 우선적으로 요구된다.
전자레인지를 예로 든다면 한국인의 입맛에 맞도록 여러가지 된장국을 끓이는 과정이 프로그래밍되거나 인터넷을 통해 최신 요리법을 자동으로 다운로드하는 기능 등 소비자의 잠재욕구를 최대한 만족시키는 갖가지 아이디어가 필요한 것이다.
즉 정보가전은 단순한 기술개발 능력보다 한 사회의 문화적 창조능력이 총체적으로 요구되는 분야이기 때문에 기존 가전산업 관점에서 접근하면 성공하기 힘들다.
정보가전의 성공을 위해서는 기술력만으로 되지 않으며 소비패턴을 바꾸는 새로운 기술, 새로운 서비스 개발이 가능한 창조성이 필요하다.
정보가전시대의 가전산업은 많은 구조적 변화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가전업체가 단순히 제품만 판매해서는 영업전략에서 벗어나 콘텐츠, 서비스, 생산설비 등 모든 이익창출 과정에 개입하는 체제로 전환되고 제조업체가 임의로 시장흐름을 조절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소비자 위주의 시장체제가 확립된다.
컴퓨터업체와 가전업체의 대규모 합병이 유행하고 1달러 미만의 초저가PC가 등장, 지능을 갖춘 정보가전기기의 출현을 앞당긴다.
정보가전의 출현으로 개인생활이 정보네트워크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기술남용을 방지하는 신종산업도 등장하고 다양한 콘텐츠, 지식서비스 수요가 증가하면서 가전산업의 생산성과 고용효과가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혁신 정책방향과 과제-권용원 산자부 산업기술정책과 서기관>
정부의 산업기술정책에 있어 새롭게 떠오르는 정보가전 분야는 중요한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세계 2위의 가전산업국인 우리나라가 정보가전 생산에서 경쟁력을 계속 유지하려면 정부의 지원역할도 변화해야 한다.
과거 산업혁명시대 낙후된 경제체제를 가졌던 독일경제가 20세기에 접어들면서 영국을 따라잡게된 것은 증기기관에서 전기를 이용한 새로운 공업체제로 경제 패러다임이 바뀌는 상황을 잘 활용했기 때문이다.
당시 영국은 새로운 생산체제를 받아들이기에 너무 많은 기득권을 가졌던 반면 독일은 후발주자로서 과감한 변신에 성공, 선진산업국으로 부상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가전산업은 지난 60년대 이후 일본을 모델로 삼아 성장을 지속해왔으나 품질면에서는 여전히 일본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특히 90년대들어 세계 전자산업의 주력이 PC와 통신 분야로 바뀌면서 한때 수출효자산업이던 가전산업이 상대적인 침체기를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보가전이라는 가전업계의 패러다임 변화는 우리나라에 새로운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정보가전은 가전제품의 대량생산 기술과 잘 정비된 정보통신 인프라가 필수적인데 한국은 이 두가지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
중국, 동남아는 물론 일본보다도 앞선 것으로 평가되는 한국 정보통신산업의 경쟁력은 정보가전 분야에서 세계 1위로 부상할 절호의 기회다.
그동안 우리는 가전 분야의 기술개발을 대기업에 거의 맡겨놓은 형편이었으나 정보가전 분야는 다른 업종간의 활발한 협력관계와 방대한 정보인프라가 요구되는 사업인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전통적으로 기업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행정기관의 지원정책은 자칫 불필요한 규제 감독으로 비칠 수 있으나 콘텐츠, 서비스산업 등 정보가전에 필수적인 관련 산업의 육성에는 적절한 정부개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각 개별업체의 정보가전 개발프로젝트에 정부자금이 지원되는 것은 세계화된 무역환경 속에서 통상문제를 야기할 우려가 있으므로 초저가 PC모듈 등 정보가전 개발에 필요한 기초기술 개발에 주력할 방침이다.
<정보가전산업 진흥 핵심조건-주광현 시그마컴 사장>
정보가전은 컴퓨터, 유무선통신, 가전산업 등 정보통신산업의 각 분야가 하나로 통합되는 과정에서 등장한 신종 산업분야다.
일반적인 대중매체에 사용되는 오디오, 비디오 기술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고 데이터 전송, 저장, 재생에 있어 다른 매체간 통합이 가능해지면서 정보가전이 부상한 것이다.
이러한 정보가전은 장차 국가경쟁력을 좌우할 핵심산업으로 등장할 전망이며 2005년경에는 정보가전제품이 세계 가전시장의 주력으로 등장할 전망이다.
세계 선진국들은 이러한 상황판단하에 정보가전에 대한 관심을 높이면서 국책사업으로 지정, 투자를 높이고 있는 실정이다.
정보가전시대를 앞당기는 기반은 핵심 디지털기술과 통신인프라 구축이다.
이중에서 통신인프라 분야는 우리나라도 상당한 규모의 투자를 거듭하면서 선진국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향상되었다고 판단한다.
현재 진행중인 초고속 통신망구축이 완료되면 멀티미디어 자료의 실시간 전송이 가능해지고 이같은 통신인프라에 힘입어 인공지능을 부여한 새로운 정보가전기기의 출현이 가속화할 것이다.
그러나 정보가전기기의 개발에 필요한 핵심 디지털기술에 있어서는 아직도 미흡한 점이 많다.
현재 우리나라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장치산업과 반도체산업, 유무선 통신산업에서 장점을 갖고 있으나 멀티미디어 핵심부품과 소프트웨어기술은 기초기술의 미비로 상당부분 외국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다른 산업도 마찬가지지만 핵심부품을 자체생산하지 않는 나라에서 국제경쟁력을 갖추기란 매우 힘들다.
정보가전 분야에서 거대한 내수시장과 PC, 통신산업 분야에서 강점을 가진 미국이나 일본, 유럽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PC부품업체, 통신업체, 가전업체 등 서로 다른 업종간의 긴밀한 협조체제가 절실히 필요하다.
정보가전산업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다른 업종간의 활발한 정보교류가 가능하도록 상설협의체를 구성하고 멀티미디어 통합보드 등 핵심부품 개발에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요구된다.
<정리=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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