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출연연구기관 구조조정 작업의 하나로 추진중인 출연연 연구원에 대한 정년제 하향조정 문제를 놓고 관련 연구원들이 집단으로 반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25일 출연연구기관에 따르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원들의 모임인 「KIST연구발전협의회(연발협)」를 비롯, 에너지연·화학연·기계연·항우연·생명연 등 주요 출연연 연발협은 정부가 출연연 연구원에 대한 획일적인 정년제 하향조정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각 출연연 연발협 회장단은 조만간 대덕연구단지에서 모임을 갖고 향후 대응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며 이와 함께 출연연 연발협의 모임인 「연발협 연합체」를 구성, 공동 대응할 움직임인 것으로 알려졌다.
출연연 연구원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최근 본격화되고 있는 과학기술계의 현안해결을 위해 나서고 있는 과학기술계 원로들의 적극적인 움직임과 함께 파문이 확산될 전망이다.
각 출연연 연발협은 『정부가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연구원의 정년을 65세에서 60세로 낮추는 것은 65세가 정년인 대학 및 부처 산하 출연연구기관과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연봉제·계약제 등으로 정년제도가 사실상 무의미하고 연구원 정년을 없애는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반발, 집단서명운동 등 반대운동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예산처는 지난 6월 정부출연연을 대상으로 경영평가를 실시하면서 각 출연연에 대해 구조조정 결과를 내년 정부출연금 조정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통보, 사실상 미타결 상태에 있던 연구원들의 정년 하향조정을 강력히 요구했다.
출연연 연발협은 이에 대해 『정부의 획일적인 연구원 정년 하향조정으로 연구능력에 관계없이 모든 박사급 연구원들이 61세가 되면 연구소를 떠나야 한다』며 『정부출연금을 받고 있는 한국과학기술원이나 광주과기원의 종사자들에게는 교수 신분이라는 이유로 기존 정년 65세를 적용하면서 순수 연구기관의 연구원 정년만 하향조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출연연 연발협은 『분야에 따라 적은 연구비로도 연구할 수 있는데도 연구원을 연구비 수주액으로 평가하고 획일적인 정년 기준으로 연구능력을 판단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특히 획일적인 연구원 정년 하향조정은 출연연으로 하여금 젊고 유능한 연구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하향조정된 정년에 따라 당장은 연구원들의 퇴출이 많지 않겠지만 5∼6년 후에는 출연연마다 한창 연구에 몰두해야 할 10∼20명씩의 고급 연구인력들이 무더기로 연구소를 떠날 수밖에 없다』며 『기획예산처가 각 기관장을 대상으로 예산지원 삭감 등을 무기로 출연연을 압박하고 있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출연연이 자율적인 협의에 의해 정년을 낮추라고 요구했으나 출연연들은 정년을 선임연구원급 이하의 경우 58세, 책임연구원의 경우 61세로 낮춰 시행해 노조 및 연구원들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
이같은 획일적인 정년 하향조정으로 해양연·화학연·생명연의 경우 올해 정년이 초과되는 책임급 연구원 2∼5명을 올 12월 말까지 연구소에서 퇴직시키고 일부 연구원을 석좌연구원으로 재채용할 계획이다. 이밖에 항우연·원자력안전기술원 등은 노사합의로 조합원만 기존 정년까지 1년씩 연장하도록 했으며 정년 하향조정으로 책임연구원이 올해 6명, 내년에 10여명 정도 퇴직해야 하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은 연구원들이 정년 하향조정에 반발, 아직까지 연구원과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당시 출연연 주무부처였던 과기부는 출연연이 정년 하향조정에 대해 반발하자 대덕연구단지에서 가진 출연연 기관장회의와 기획·행정부장회의 등을 통해 출연연 종사자의 정년을 연구원급 55세, 선임연구원급 이하 58세, 책임연구원급 61세로 각각 낮춰 신규 임용 연구원부터 우선 적용하되 기존 연구원의 경우 대학교수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대학교수들의 정년 하향조정시 이를 준용토록 한다는 지침을 내린 바 있다.
<정창훈기자 ch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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