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등록증 갱신을 계기로 증명사진에 디지털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디지털 바람은 주민등록증 갱신을 담당하고 있는 일선 창구인 각 동사무소에서부터 일기 시작했다. 동사무소에서는 대민 서비스의 하나로 자체 보유하고 있는 디지털 장비로 증명사진을 즉석에서 찍어주고 있어 주민들의 칭찬이 자자하다.
동사무소 직원들이 캠코더나 디지털카메라로 증명사진을 찍어주는 모습과 사진으로 출력하지 않고 컴퓨터로 자신의 사진을 담는 장면을 목격한 주부들이 그 놀라움과 호기심에 입을 다물지 못하는 풍경은 이미 예사다.
일부 사진관에서는 동사무소에서 찍은 사진은 해상도가 떨어진다며 200만 화소급 고해상도의 디지털카메라로 증명사진을 찍도록 홍보전단을 돌리고 있다.
갱신된 주민등록증에 보다 나은 사진이 담기기를 원하는 일부 사람들은 디지털카메라와 프린터를 갖춘 사진관을 찾아가기도 한다.
심지어 직장인들 중에는 회사의 장비로 자신의 증명사진을 디스켓에 담아 동사무소를 찾는 이들도 있다.
최근에는 이같은 분위기에 편승, 증명사진용 디지털 시장이 가열되고 있다.
증명사진용 디지털장비는 대개 펜티엄급 컴퓨터·디지털카메라·열승화 프린터, 그리고 사진편 및 출력용 소프트웨어로 구성돼 있어 필름은 물론 인화 및 현상과정도 생략되기 때문에 현상소의 까다롭고 복잡한 작업에 일대 혁명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한국코닥은 각종 증명사진을 5분안에 출력할 수 있는 500만원대의 디지털 ID 포토시스템을 내놓고 전국 코닥익스프레스 가맹점들에 보급하기 시작했으며 신설업체인 나라시스템도 300만원대의 디지털 사진 출력시스템을 출시하고 시장공략에 나섰다.
또한 그 동안 머그잔이나 티셔츠 등에 사진을 인화해주는 장비를 갖고 있던 업체들도 증명사진 특수를 노려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최다 가맹점을 확보하고 있는 한국코닥은 디지털 사진 촬영 및 출력 장비인 디지털 ID 포토 시스템을 필름에 이은 디지털시대의 승부사업으로 삼고 있어 국내 사진 출력시장에 커다란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코닥은 2000여개의 코닥익스프레스점에 디지털 ID 포토시스템을 보급, 경쟁사들의 필름현상소와 자사 코닥익스프레스점들을 차별화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주민등록증 갱신을 계기로 불고 있는 사진시장의 디지털화 바람은 사진에 대한 전통적인 인식을 일거에 뒤집고 있을 뿐 아니라 필름업계와 현상장비업계, 그리고 현상소들에도 커다란 변화를 야기시키고 있다.
코닥의 관계자는 『증명사진의 디지털화 바람은 필름 및 사진업계에 불어닥칠 디지털화의 시작일 뿐』이라며 일대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유성호기자 sungh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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