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이후 국가 주도하에 기술개발을 추진해 기술 경쟁력 확보는 물론 시장에서도 눈부신 성과를 거둔 사례는 적지않다. 정보통신기술 분야만 보더라도 전전자교환기(TDX)·메모리반도체(DRAM)·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코드분할다중접속(CDMA)기술 등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굵직한 국산화 프로젝트들이 있다.
그러나 언제나 성공사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실패한 사례가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특히 독자기술이 인정되는 반도체와 통신 분야와 달리 전체적인 시스템 호환이 생명인 컴퓨터와 시스템소프트웨어 분야의 국책과제는 거의 실패하고 있다.
지난 87년부터 시작된 국산주전산기 「타이컴」 개발사업의 경우 235억원의 연구비와 930명의 인력을 투입한 결과 1000여대를 생산해 내수시장에 공급했고 소량이지만 해외수출도 성사시켰다. 개발주역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측도 이 프로젝트를 대표적인 국책기술개발 성공사례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사용자와 업계에서는 이 프로젝트를 대표적인 실패사례로 꼽는 이들이 많다. 중형서버 개발기술을 경험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상업적 가치는 없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기술흐름이나 국내 수요를 무시한 채 「애국심에 호소하는」 근시안적 개발과제였다는 것이다.
시장 상황에 대한 장기적이고 면밀한 분석없이 국산기술 확보라는 군대식 구호아래 추진된 사례는 또 있다. 지난 90년부터 93년까지 지속됐던 PC 운용체계 「KDOS」개발프로젝트가 바로 그것. 이 역시 컴퓨터사용자들의 요구나 세계 시장 흐름을 거스른 채 겨우 몇 제품의 공급실적만을 남기고 단명하고 말았다. 「타이컴」프로젝트와 병행 추진된 국산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바다」도 몇 년째 개발이 진행되고 있지만 DBMS기술의 세계적 흐름은 「바다」보다 이미 몇 단계나 앞서가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기술개발 성과를 시장성만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기술경험 역시 무엇보다도 중요한 투자회수 방법의 하나다. 사실 타이컴이나 「KDOS」 등은 민간에 이전돼 상업화 단계에서 실패한 것들이다. 문제는 크고 작은 국책과제나 정부예산이 투입되는 기술과제들이 실제로는 민간 이전단계를 거치기도 전에 사장되고 만다는 점에 있다.
<김상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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