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부 산하 교육기관이자 국가 과학기술 개발의 요람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이곳의 과학자들은 정부예산이 지원되는 기술연구과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89년부터 KAIST에 재직해 온 재료공학과 김호기 교수(55)는 우선 『모두가 뼈를 깎는 반성을 해야 한다』고 일침을 놓는다.
-대학을 포함해 연구기관의 기술개발이 기술이전 등 성과면에서 부족하다는 비판이 많은데.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이 없다. 기술가치의 평가는 90%가 시장성에서 나오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부나 연구자나 기술 그 자체에만 매달려왔다. 미국 MIT의 경우 실용화가 전제되지 않은 기술개발은 추진하지 않는다. 또 기술이 있다 해도 인정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없었다. 기술이전이 되려면 기술에 대한 면밀한 사업평가와 기술이전을 위한 매개체가 필요하다. 연구자의 한 사람으로서 반성할 점이 많다.
-국책기술연구과제 추진 방식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가.
▲교수나 연구원들은 제안서를 올린 후 예산이 깎여도 그냥 받는다. 기술개발을 돈에 맞춘다는 얘기다. 연구 결과의 충실성을 위해 포기할 줄 알아야 하는데 그렇게 안되니 부실공사를 안고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또 결과에 대한 평가도 보고서나 논문을 제출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이른바 「알리바이성 기술개발」이 만연돼있다. 부처·기관·연구자 모두 반성할 문제다.
-개선안에 대한 의견이 있다면.
▲기술개발의 초기 기획부터 지원·집행까지 엄정하고 종합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평가체계를 재정립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를 통해 연구원들에게도 공정 경쟁체제를 유도하고 채택된 과제에 대해서는 연구자에게 충분한 인센티브를 부여해 기술의 생산성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연구기관의 신뢰성·경쟁력 제고가 시급하며 하나의 과제라도 시장지향적 목표로 끝까지 책임지는 체제 구축이 필요하다.
<김상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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