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옛날부터 각종 재난을 천재(天災)라 여기고 소홀히 대처해온 경향이 있다. 통상 재난이 발생한 다음 얼마 지나지 않아 쉽게 잊어버려 재난 재발방지 노력을 등한시한 결과 재차 같은 피해를 당하곤 했다.
21세기 정보시대를 눈앞에 둔 현재 정보통신망은 고도화·복잡화한 사회 전반에 거미줄처럼 연결돼 각종 정보를 주고 받는 핵심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로 인해 통신서비스의 단절이 가져오는 사회적 파장은 엄청나다.
우리는 얼마 전 통신서비스의 단절을 경험했다. 집중호우와 태풍으로 인해 중부지방을 비롯한 전국에서 수해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문산지역을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상당수 통신시설이 피해를 입어 통신망이 두절된 바 있다. 이른바 정보공백 상태를 당한 것이다. 대규모 재해가 발생하면 피해지역은 정보수집과 전달 기능이 마비된다.
안전한 피난장소가 어딘지를 알 수 없게 됨은 물론 가족·친지들과의 연락도 두절돼 피해자들은 공포와 불안에 사로잡히게 된다.
선진국들은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를 이와 같은 불가항력적인 재난에 대비해 방재통신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미국은 국가안보 차원에서, 일본은 자연재해에 대비하기 위해 각각 재난대비 방재통신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이들 선진국은 재해 발생시 언제라도 정보통신망이 제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각종 설비의 이중화, 우회선로의 건설 등 통신망 시설을 강화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우리의 통신시설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고정통신망과 이동통신망이 촘촘히 깔려 있다. 그러나 최근의 통신시장 환경은 시장개방 및 경쟁원리의 도입에 따라 다수의 통신사업자들이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한 나머지 재난대비 투자는 소홀히 할 우려가 높다.
최근 범지구적인 이상기후 및 천재지변 등으로 인해 과거와 다른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수해를 계기로 우리도 통신망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방재통신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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