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 맞은 한국영화

 연중 최고의 흥행시즌이라 할 수 있는 여름철 극장가가 올 여름에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가 아닌 한국영화들로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한국형 SF블록버스터 「용가리」가 전국 관객 100만명 동원을 넘어서 「쉬리」의 흥행기록에 도전장을 낸 가운데 「유령」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자귀모」 등 최근 개봉한 국산 영화들이 잇달아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하반기 여름철 극장가는 한국영화가 독식한다는 우려(?)섞인 목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지난달 31일 개봉 이후 각각 전국에서 4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유령」과 「인정사정 볼 것 없다」는 한국 영화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점과 스타급 주연들의 뛰어난 연기 때문에 개봉전부터 화제가 됐던 작품들.

 신예 민병천 감독의 「유령」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잠수함과 수중전쟁을 소재로 컴퓨터 그래픽과 특수효과 기술을 이용, 현실화시켰다는 것과 고난도의 해저폭파 장면을 생생하게 표현해낸 것이 수준급이라는 분석이다. 더욱이 할리우드 영화의 소재로만 여겨져 왔던 핵무기와 이를 둘러싼 열강들의 치열한 접전을 한국의 분단상황과 연결해 새로운 줄거리를 탄생시켰다는 점에서 젊은 감독의 용기가 높이 평가되고 있다.

 안성기·박중훈이라는 한국영화의 간판급 두 배우가 만나 범인과 형사로 분해 쫓고 쫓기는 거리 추격전이 압권인 이명세 감독의 「인정사정 볼 것 없다」는 단순한 액션코미디를 넘어 현대사회에 대한 비판과 삶에 대한 진한 철학이 묻어나는 두 배우의 걸죽한 연기가 이명세 감독 특유의 연출기법과 만나 유머와 비극적 감정을 절묘하게 접목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지난 주말 개봉된 「자귀모」도 여름철 막바지 더위를 시원하게 식혀주고 있다.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주인공들을 3차원 컴퓨터그래픽을 이용해 시공을 초월한 장면으로 표현한 기술력은 한국영화의 또다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최근 들어 한국영화가 좋은 흥행성적을 거두고 있는 데 대해 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쉬리」 이후 한국영화 제작자들이 새로운 소재의 발굴과 장르 개척에 발벗고 나선 데다 시네마서비스·미로비전 등 전문 배급회사가 자리를 잡아 나가고 있는 증거』라며 『이같은 구조적·제도적 보완에 힘입어 향후 한국영화가 새로운 부흥기를 맞게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조심스레 조망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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