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본·대만의 3국 전쟁으로 바뀐 세계 TFT LCD 시장이 재편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만업체들의 참여와 한국업체들의 생산증대에 따라 일본업체들의 우위가 사라지면서 점차 업체간 우열이 드러나고 있다.
세계 TFT LCD의 시장 규모는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수량면에서 노트북PC용 LCD와 모니터용 LCD는 올해 각각 1800만개와 400만개에서 내년에 각각 2000만개와 600만개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금액면으로도 올해 100억달러에서 내년에 120억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현재 세계 TFT LCD 시장에 발을 디딘 업체는 일본 10개사, 한국 3개사, 대만 7개사 등 모두 20여개 업체.
따라서 2000년 이후에도 이들 업체가 모두 살아남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업계 전문가들은 없다.
이같은 조짐을 엿볼 수 있는 일련의 흐름이 있다. 우선 일본업체들은 한국과 양적인 경쟁에서 밀리면서 점차 노트북PC 분야에서 손을 떼고 점차 모니터와 TV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성장성이 높은 모니터용은 일본, 노트북PC용은 대만업체」라는 구도 아래 일본업체들은 대만업체에 기술이전을 해주고 있다. 샤프는 대만의 콴타와 제휴했으며 미쓰비시는 중화영관(CPT), 후지쯔는 기미실업, 일본 IBM은 에이서그룹의 ADT와 각각 제휴했다.
세계 노트북PC의 60%를 생산하는 대만전자업체들은 부가가치가 높은 LCD를 수입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생산해 자체 노트북에 탑재한다는 전략 아래 일본업체들과 손잡고 TFT LCD 시장에 뛰어들었다. 브라운관업체인 중화영관과 PC업체인 에이서그룹의 ADT가 월 수천장규모로 생산을 개시했으며 연우광전과 기정광전 등도 연말까지 양산할 예정이다.
일본과 대만이 밀착하면서 포위당한 국내업체들은 속속 외국업체들과 제휴하면서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LGLCD는 필립스와 합작법인으로 전환했으며 삼성전자는 애플로부터 자본을 유치하기도 했다.
이처럼 업체들의 움직임이 빨라지는 가운데 업계전문가들은 연간 500만장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수 있는 업체들을 중심으로 TFT LCD 시장이 재편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세계 TFT LCD 업체들은 「4강 3중」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1·2위를 차지하는 삼성전자·LGLCD와 샤프·도시바가 4강을 ㅈ형성하고 그다음으로 히타치·NEC·현대전자가 3중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해 막대한 흑자를 예상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720×920㎜의 4세대 설비투자를 단행했다. 이 회사는 내년 3·4분기의 가동을 목표로 7000∼8000억원을 투자해 천안공장에 월 18만장(13.3인치)의 생산규모를 확보할 계획이다.
필립스와 합작한 LGLCD도 680×880㎜의 4세대에 대해 투자, 15인치 이상의 모니터시장 공략에 주력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구미공장에 1조원을 투자, 월 24만장(13.3인치) 규모의 생산라인 1기를 구축해 2000년 3·4분기중에 가동할 예정이다.
노트북시장에서 일본의 우위를 무너뜨린 한국의 삼성전자와 LGLCD는 이같은 대규모 투자를 바탕으로 2000년 이후에도 1·2위를 계속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전통적으로 LCD 분야에서 강한 샤프와 도시바가 확고한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샤프는 2000년 8월을 가동목표로 540억엔을 투자해 20인치를 기준으로 월 12만장을 생산할 수 있는 신공장을 건설하기로 했으며 도시바는 독자적으로 저온폴리 TFT LCD에 대한 투자를 단행, 화면이 정세하고 경량박형화가 가능해 차세대 주류가 될 것으로 예상된 저온폴리 LCD의 대형제품을 양산하기 시작했다.
그다음으로 3세대에 대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현대전자와 전통적으로 강한 기술력을 확보한 히타치, 모니터로 특화해서 성공한 NEC 등도 살아남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나머지 일본업체들과 대만업체들은 생존을 위한 제휴와 사업통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철린기자 cr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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