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정상 탈환이냐-EMC 수성이냐.. 저장장치 패권싸움 "가열"

 「EMC의 수성이냐, IBM의 정상탈환이냐.」

 대용량 저장장치의 두 거인 EMC와 IBM간에 최근 들어 시장주도권을 둘러싼 새로운 전운이 감돌고 있다.

 IBM이 지난달 말 신형 스토리지 발표와 함께 동종업체인 마일렉스 인수로 이 분야에 대한 공략의 강도를 높이기 시작하자 EMC가 이에 맞서 새로운 사업구상를 밝히는 한편 데이터제너럴의 전격적인 인수에 나선 것.

 특히 EMC의 11억달러에 달하는 데이터제너럴 인수는 경쟁업체들의 추격에 쐐기를 박는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데이터제너럴은 누마(NUMA:비균등메모리접근) 아키텍처의 「아비욘」 서버뿐 아니라 「클라리욘」이라는 중형(Mid­range) 스토리지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업체.

 따라서 이 업체의 인수는 상대적으로 중형분야에 취약한 EMC의 전력을 보강하는 동시에 현재 업계의 지대한 관심을 모으고 있는 누마기술도 확보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라는 분석이다.

 이 결과 EMC는 그동안 메인프레임 및 중대형 유닉스 분야에서 유지해 왔던 지배력을 중형, 특히 윈도NT 분야로까지 넓혀 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산업별 시장측면에서도 데이터제너럴의 인수는 EMC에게 든든한 고객기반을 보장해 준다. 기존에 장악하고 있던 금융 및 통신분야에다 데이터제너럴의 강점이었던 의료분야나 연방 및 주정부기관 등의 시장을 그대로 넘겨 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EMC는 데이터제너럴의 「클라리욘」 스토리지를 자사의 뛰어난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공급능력 등과 결합시키면 세계 최고의 중형 스토리지 솔루션체제를 구축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EMC의 인수합병 작업은 대용량 저장장치 분야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IBM의 행보와 무관하지 않다.

 최근 들어 저장장치사업에 초강수를 두고 있는 IBM을 견제하고 독주체제를 굳히겠다는 의지로도 해석되기 때문이다.

 IBM은 지난달 말 최대 용량 11TB인 차세대 저장장치 「엔터프라이즈 스토리지 서버(ESS:코드명 샤크)」를 2년 개발 끝에 선보인 데 이어 저장장치 기술개발업체인 마일렉스를 주당 12달러 총 2억4000만달러에 인수키로 합의, 선두 EMC와의 결전에 불을 댕겼다.

 이같은 노력은 저장장치 시장에서 EMC에 더 이상 밀려날 수 없다는 배수진의 의미가 강하다.

 IBM이 선보인 신형 스토리지 「샤크」는 인터넷이나 SAN(Storage Area Network) 환경에 초점을 맞춰 고가용성과 확장성, 통합관리기능 등을 크게 강화한 제품.

 고가의 시스템자원을 이용하지 않고도 디스크 저장장치만을 별도 네트워크로 연결해 각종 데이터를 관리,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또 IBM의 「시스케이프 1」 스토리지 아키텍처에 기반해 용량이나 성능 등을 쉽게 업그레이드할 수 있고 「S390」 메인프레임이나 중형서버 AS400은 물론 다양한 유닉스버전과 윈도NT와도 연결되는 멀티플랫폼 지원구조를 채택, 차세대 주력제품으로 부상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IBM은 「샤크」에 대해 성능뿐 아니라 가격에서도 전면적인 승부수를 던져 EMC제품과 한판대결을 벌이겠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난달 말에는 데이터저장기술 업체인 마일렉스를 주당 12달러, 총 2억4000만달러에 인수, 대대적인 기술력 보강에 나섰다.

 마일렉스는 특히 효율적인 비용의 고성능 RAID 어댑터와 컨트롤러의 설계 및 생산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업체로 이 기술이 IBM제품과 결합될 경우 보다 완벽한 스토리지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IBM의 계산이다.

 이를 통해 IBM은 전자상거래나 웹호스팅 등을 중심으로 엔터프라이즈 스토리지 분야의 영향력을 보다 넓혀 나가겠다는 것이고 나아가 지난 2년여 동안 EMC에 빼앗겼던 주도권을 되찾고 말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는 것이다.

 IBM의 이같은 일련의 움직임에 대해 EMC는 그다지 긴장하지 않는 분위기다. 특히 「샤크」 발표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제품과 서비스, 공급능력을 따라올 경쟁업체는 아직까지 없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이같은 자신감은 자사 스토리지를 표준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원대한 구상으로 이어진다.

 최근 모든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들에 자사 「시메트릭스」 엔터프라이즈 스토리지 플랫폼 공개방침을 발표한 것이다. 「E­인포스트럭처 디벨로퍼 프로그램」이라고 하는 이 계획은 소프트웨어업체로 말하자면 소스코드 공개에 비유될 수 있다는 것이 EMC의 설명이다.

 EMC는 우선 △시메트릭스시스템의 구성 및 성능과 관련된 「SymmAPI­매니지먼트」 △온라인 백업 및 복구를 포함, 원격 데이터 관리를 위한 「SymmAPI­컨트롤」 △시메트릭스와 다양한 OS플랫폼간 데이터 이동과 관련한 「SymmAPI­소켓」의 3가지 API를 과거와 같이 특정 소프트웨어업체가 아닌 모든 업체에 공개, 공동으로 작업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인터넷시대에 자사 시메트릭스를 표준으로 저장장치를 명실공히 정보의 하부구조로 만들어 나간다는 구상이다.

 이처럼 저장장치 시장에서 EMC와 IBM간의 힘겨루기는 한치 양보없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까지는 EMC 우위의 시장구도가 여전히 유지되고 또 이를 지키기 위한 EMC의 집념 또한 강해 판도변화를 예측하기는 어려우나 IBM의 필사적인 추격에다 휴렛패커드(HP)나 히타치, 선 마이크로시스템스 등 후발업체들의 집중 공세까지 몰아치고 있어 EMC가 언제까지나 느긋할 수만은 없다는 견해가 유력하다.

<구현지기자 hjk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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