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터넷 벤처기업들의 목적은 두가지로 대별됩니다. 코스닥 상장을 통한 인터넷 전문기업으로 성장하는 것과 대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시장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결국 두가지 목적 모두 「제휴」라는 틀을 깨기는 어렵습니다. 인터넷사업은 제휴를 통해 성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휴처인터넷 유시무 사장)
최근 인터넷업체와 대기업의 「연횡」이 급류를 타고 있다. 국내 5대 기업 종합상사를 비롯, 인터넷사업을 꾸려나가고 있는 웬만한 대기업들은 인터넷 벤처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맺지 않은 업체가 거의 없다. 그동안 대기업의 일방적인 인수·합병으로 존재하던 관계가 「형제동맹」으로 바뀌고 있다. 일부 대기업은 사내벤처를 육성하고 적정규모에 이르면 분사하는 「부자동맹」도 맺고 있다. 인터넷 물결이 기업간 관계를 변화시키고 있다.
이처럼 대기업과 인터넷기업의 연횡은 기술과 마케팅, 자본력의 결합이다. 대기업이 돈과 유통망을 대고 인터넷 벤처들은 기술과 시장을 댄다. 이는 대기업의 시장선점 전략과 맞물려 있다. 인터넷산업이 시작단계라는 인식이 확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대기업들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부터 발생한 현상이다. 따라서 인터넷업체들의 잇따른 전략적 제휴는 대기업 인터넷 전쟁의 소모성 탄환이 될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인터넷시장 역시 자본우위의 경쟁원리가 지배할 것이라는 논리가 설득력을 더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연횡을 부추기는 요인 중의 하나는 자금과 조직이다. 대기업으로선 시장상황에 민첩하게 대처할 수 있는 벤처기업의 유연한 조직이 필요하다. 인터넷업체로서는 당장 기술개발과 경영에 필요한 자금이 필요하고 목돈을 만질 수 있다는 유혹이 이를 부추긴다. 여기에 자본을 투자한 대기업으로선 인터넷기업의 가치상승에 따른 부가이익도 얻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이같은 대기업과 벤처기업간 수평적 관계에 대한 업계의 시각은 긍정과 부정이 공존한다. 긍정적 입장을 가진 업체들은 『서로의 목적에 따라 취약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다는 면에서 대기업과 인터넷 벤처기업의 제휴는 고무적인 현상』이라며 『아이디어와 마케팅으로 승부하는 인터넷사업의 속성상 대기업의 자본과 결합한다면 전체적인 인터넷산업 발전에 날개를 단 것과 같다』고 말한다.
이들은 또 『국경을 초월한 외국의 인터넷 대기업이 국내 시장에 진출할 경우 자본력이 취약한 인터넷 벤처기업들의 방어막에는 한계가 있어 결국 국내 IT시장이 점령당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위해서라도 대기업과의 제휴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대론도 만만치 않다. 한 업체 관계자는 『궁극적으로 서로 부족한 사업부문을 채워주고 공생하는 데는 이의가 없으나 그동안 대기업의 관행상 자본을 바탕으로 경영권을 장악하는 것이 일반화돼왔다』며 『인터넷산업의 고른 성장을 위해 대기업과 벤처기업의 제휴는 일정거리를 두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인터넷 벤처기업들이 무조건 자본 위주의 대기업과 연계하거나 사업을 키워 파는 것 정도로만 생각할 경우 앞으로 인터넷에 대한 왜곡된 시각이 사회문제로 대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인터넷이 미래의 패러다임으로 기업의 구조를 변화시키는 데 이견을 다는 사람은 없다. 인터넷 물결이 급류를 타고 있고 새로운 기업관계가 정립돼야 하는 것도 대부분의 인터넷 종사자들은 이해하는 편이다. 단지 무차별적인 창투사의 지원이나 연횡을 빌미로 한 기업사냥식 제휴에 대한 염려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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