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계, 경기 민방 "시끌시끌"

 경기 민방의 설립 문제가 방송계의 「핫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경기도와 인천방송이 추진중인 경기 민방의 설립 문제를 놓고 방송계에 거센 찬반 양론이 일고 있다. 논쟁의 발단은 인천방송이 경기지역 민방인 경인TV(가칭)의 변경 허가를 문화관광부에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일단 문화부는 경인TV의 설립 계획에 대해 『경기도가 서울을 둘러싸고 있는 지형 특성상 방송 전파의 서울지역으로 월경이 불가피하고 경인TV 설립의 적정성, 타방송사와의 관계, 방송광고 시장규모 등을 방송정책적 차원에서 신중하고 면밀하게 검토해야 하므로 현 시점에서 이를 검토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인천방송에서 제출한 서류일체를 반려한 상태다.

 그러나 이같은 문화부의 의견에 대해 인천방송측은 방송권역을 경기 전역으로 확대하는 게 불가능하다면 경기 남부지역만이라도 방송권역을 확대해줄 것을 문화부에 재차 건의한 상태다. 즉 경인TV로 전환해 경기 남부지역만이라도 방송을 송출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다.

 이처럼 경인TV의 설립 허가 추천을 놓고 인천방송과 주무부처인 문화부간에 뜨거운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경인TV의 설립을 놓고 SBS·MBC·KBS 등 기존 지상파 방송사들과 인천방송·경기도측의 의견이 크게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SBS의 반대가 제일 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기도와 인천방송측은 현재 지역 민방이 없는 곳은 오직 강원도와 경기도지역뿐이라면서 경기도 지역주민들의 염원인 경인TV의 설립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보이고 있는데 비해 SBS 등 지상파 방송사들은 사실상 수도권과 방송권역이 동일한 경기도지역에 지역 민방을 설립할 필요가 있냐며 결코 수수방관하지만은 않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경인TV의 설립에 반대하는 지상파 방송사들은 여러 가지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우선 경인TV의 설립이 사실상 수도권에 제2민방을 허가하는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경기도지역은 넓은 의미에서 수도권의 일부이기 때문에 다른 지역과는 달리 별도의 지역 민방을 설립할 필요가 없으며, 수도권에 제2민방의 설립을 허가할 경우 과잉 투자의 우려가 매우 높다는 것이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인천방송측은 기존의 인력과 방송시설을 활용해 경인TV를 운영할 예정이기 때문에 과잉 투자의 우려가 전혀 없으며, 그동안 미흡했던 경기도 지역뉴스와 지역밀착형 프로그램의 개발에 경인TV가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경인TV 설립의 불가피성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인천방송측은 그동안 저예산·고효율의 제작 체제를 유지해온 점을 감안할 때 150억원 정도의 예산만 추가로 투자하면 경인TV로의 전환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인천방송의 방송권역이 경기도로 확대되면 한정된 방송광고시장을 놓고 과당 경쟁을 펼쳐야 하기 때문에 방송사의 동반 부실화가 불가피하며, 오는 2001년부터 본격화될 예정인 지상파 디지털방송의 실시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인천방송측은 『경인TV의 광고수주액이 전체 TV광고시장의 약 5%선에 불과하며 새로운 광고시장을 창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존 지상파 방송사의 광고시장을 잠식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처럼 경인TV의 설립을 놓고 방송사간의 공방전이 치열해지자 주무부처인 문화부의 태도 표명에 방송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문화부가 선뜻 주무부처의 입장을 밝힐 수 있겠느냐며 이해 관계자들간의 사전 조율이 필요한 과제임을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부는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눈치다. 인천방송 허가과정에 대한 세간의 의혹이 여전하다는 점 때문이다.

 문화부가 조만간 어떠한 결론을 내릴지 주목되고 있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