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에 제작된 「오스틴 파워」 1편의 속편. 외형적으로는 비밀 첩보원의 임무를 띤 오스틴 파워와 이블 박사의 대결구도를 그리고 있지만 「오스틴 파워」가 지닌 영화적 무기는 대중문화에 대한 패러디와 성에 대한 권위적이며 저급하고 자유로운 상상력이다. 60년대의 팝 문화를 상징하는 원색적 이미지와 배설물처럼 쏟아지는 노골적인 성적 코드들은 종횡무진 영화의 경계선을 뒤흔든다. 그러나 우리 관객들에겐 영화에 등장하는 수많은 장면들이 미국의 대중문화와 밀접한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는 점이 영화를 이해하고 즐기는 데 걸림돌이 되는 요소다.
「오스틴 파워」는 「넘버 투」의 젊은 시절을 연기한 로브 로를 비롯, 대통령으로 분한 팀 로빈스 등 깜짝 스타들이 영화 곳곳에 숨어 있지만 사실 1인 3역을 해낸 마이크 마이어스의 1인극이나 다름없다. 1편에 비해 2편에서 마이크 마이어스의 연기는 더욱 대담해지고 유머의 강도도 더욱 노골적이다.
영국의 비밀 첩보원 오스틴 파워는 바네사와 결혼, 행복한 신혼여행 휴가를 즐긴다. 그러나 바네사는 닥터 이블이 만들어 보낸 사이보그. 오스틴은 가슴에서 총알을 뿜어대는 바네사를 물리치고 잠시 비탄에 젖지만 다시 싱글로 돌아온 사실을 깨닫고 기뻐한다. 한편 그 사이 자신의 냉동 로켓을 타고 지구를 돌고 있던 이블 박사는 아들인 스콧과의 화해를 위해 지구로 귀환해 「제리 스프링어 쇼」에 출연하지만 쇼를 난장판으로 만든다. 이블은 달에 레이저 기지를 설치해 놓고 미국 대통령에게 돈을 뜯어내려 하지만 가장 걱정이 되는 것은 오스틴의 반격이다. 이블은 오스틴의 힘의 원천인 모조를 빼앗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마침내 타임머신을 타고 오스틴이 자신과 함께 냉동중이던 1969년으로 돌아가 모조를 빼앗는 데 성공한다. 한편 모조를 빼앗긴 90년대의 오스틴은 섹스를 비롯해 모든 일에 에너지를 잃게 되자 60년대로 돌아가 자신의 새로운 파트너인 CIA 요원 색웰과 함께 이블을 추적한다.
1편이 60년대에서 냉동되어 90년대로 온 이야기였다면 2편은 다시 90년대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60년대로 돌아간다. 따라서 등장하는 유머도 1편이 60년대식 유머가 90년대에 충돌하면서 벌어진 상황이었다면 2편에서는 이미 90년대에 물든 오스틴과 이블이 대통령과 스타들에 대해 비아냥거리는 농담을 해댄다. 마이크 마이어스의 재기 넘치는 원맨 쇼와 함께 수많은 영화의 패러디를 보는 것도 「오스틴 파워」의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007」을 패러디한 제목에서부터 오프닝은 「스타워즈」를 패러디한다. 대중문화에 대한 잡스런 지식을 요구한다는 부담감만 없다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 국내에 미개봉된 1편은 「총알탄 007」이라는 제목으로 비디오가 출시되어 있다.
<엄용주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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