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무분별한 신기술 도입

조익서 한국하니웰 빌딩제어사업부장

 지난 60년대 매머드급 호텔 건설에서 시작된 국내 빌딩자동제어시스템(BAS)산업은 어언 40여년에 이르렀으나 아직도 척박한 환경에 머물고 있다. 건설 경기에 의존하는 이른바 경기후행성 하도급 구조와 과당경쟁이 관련업계의 수익성 창출을 어렵게 해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 업계는 자동제어 기본기에 충실하면서 미래의 BAS산업을 위한 발전적 기반을 다지기보다는 해외 신조류·신기술에 많이 의존해온 것이 사실이다.

 특히 최근 국내에서는 선진 기술시장에서조차 장기적인 기획 아래 점진적인 도입을 목표로 개발중인 첨단기술과 신조류를 잇달아 소개하고 있기도 하다.

 문제는 이러한 첨단개념에 의존한 신기술이 일부 국내 업체들에 도입되는 과정에서 국내의 적용한계 및 용도 등에 따른 사전점검이나 여과 없이 도입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선진 기술인들이 장래의 도전적인 목표와 비전을 지향점으로 삼고 연구활동을 하고 있는 부분마저 국내에서는 마치 이미 완전하게 구현되고 있는 기술인 것처럼 소개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양상은 특히 개방형 시스템 부분에서 우리 환경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서둘러 이뤄지는 느낌이다. 진지하고도 차분한 논의를 통해 실제 상황에서 과연 최적의 적용이 이뤄질 것인가를 검토해야 될 것으로 본다.

 기술기반이 열악한 일부 외국기술 도입업체가 취약한 영업기술적 지원환경을 첨단기술이란 이름으로 포장해 전문가층이 엷은 고객들을 호도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돼야 할 것이다.

 우리보다 앞선 인텔리전트빌딩시스템 개발 적용 선진국에서도 실험적 첨단기술 적용보다는 시장상황과 환경 위주의 실용적 시스템 도입에 주력하고 있다. 첨단 컴퓨터 관련 장비류를 패키지화해서 판매하는 일부 장비업체들의 실정과도 확연히 구분되고 있다.

 지금 BAS업계는 고객빌딩내 업무를 최적화하기 위한 방법과 실질적 기술력을 보여주자는 분위기보다는 「최소예산으로 그 이상의 첨단빌딩 인증을 따내면 된다」는 쪽으로 흐르는 것 같아 걱정된다.

 이는 시설물 관리나 건축물 라이프사이클 코스트 같은 합리적 경제성이나 실제 입주자의 업무 생산성 향상 등은 뒤로 하고 있는 것이어서 과연 무엇을 위한 인텔리전트빌딩 건설인지 의아하게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결국 업계를 기술적 자신감으로 승부하기보다는 가격경쟁으로 치닫게 하며, 부작용은 결국 업계나 발주처 모두에게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업계의 자기반성과 발주방법의 끊임없는 개선이 요청되는 대목이다.

 IMF 경제위기 이후 건설경기의 급속한 후퇴로 빌딩자동제어업계에는 외자유치·분사·매각·사업포기 등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이제 업계는 선진적 경영기법과 일관된 연구개발 노력으로 더욱 튼튼한 산업적 기반에 서야 할 것이다. 어려운 때일수록 기본에 충실하고 내실을 다지는 일이 미래를 약속받는 일이다.

 덤핑공세를 통한 물량확보 전략은 구태의연한 과거의 실패한 패러다임으로서 공멸의 부메랑을 맞게 될 것이 자명하고, 발주처 또한 라이프사이클 코스트를 많이 지불하게 되어 동반 피해자가 될 것이라는 점을 슬기롭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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