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달 동안 전국의 대학들이 홍역을 치렀던 「두뇌한국(BK)21」 사업. 이국철 국민대 교수(정보관리학부·46)도 이 소용돌이의 한가운데 있었다. 국민대가 그에게 이 사업에 참여하기 위한 책임을 모두 맡겼기 때문이다. 「대학원 연구력 제고」 부문에 참여한 국민대는 현재 8월말로 예정된 최종 결정만 기다리는 상태.
이국철 교수도 『그동안 최선을 다했으니 이제 편한 마음으로 결과발표를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한다. 지난달 교육부가 BK21 사업내용을 확정하자마자 동료교수 10여명과 팀을 이뤄 한달 동안 호텔방을 전전하며 지원서 작성에 매달렸다는 것이다.
이국철 교수는 지난 76년 서울대(산업공학과)를 졸업한 후 4년동안 삼성물산에 근무하다 미국 워싱턴대로 유학,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지난 87년부터 국민대 정보관리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91년 정보과학대학원 설립에 이어 최근에는 전사적자원관리(ERP)분야를 대학원(MBA) 과정에 포함하는 등 대학 발전에 일조하고 있다.
이 교수는 또 데이터베이스 학회를 설립해 회장을 맡는 한편 아남그룹의 SI계열사인 아남정보기술 부설 연구소장도 겸하는 등 산학 공동연구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BK21사업은 이 교수의 10여년에 걸친 교수생활에서 또 하나의 도전에 해당하는 셈이다. 그런 만큼 이 사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느낀 감회는 남다르다. 이 교수는 최근 국내 대학들이 느끼는 상황을 「위기」라는 한마디로 표현한다.
우선 앞으로 고등학교 졸업생 숫자가 줄어들게 되면 지방대학 중에 도태하는 곳도 속출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화제를 대학원으로 옮기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서울 소재 대학들이 운영하는 대학원 중에 정원을 절반도 못 채워 강좌 폐쇄를 검토하는 학교가 상당수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BK21사업에 전국 대부분의 대학들이 강력하게 반발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정부 지원이 서울대 등 극소수 대학에 집중되는 것이 불을 보듯 훤한 상황에서 대학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우려하는 것이다. 국민대도 원칙적으로는 이러한 대학들의 주장에 동조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러한 명분 때문에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는 일. 『명문 대학들이 대부분 탐을 내는 「세계 수준 대학원」을 피하고 경쟁이 상대적으로 덜한 「대학원 연구력 제고사업」에 지원하면 우리 대학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보고 이를 실천에 옮겼다』고 설명하는 이 교수의 얼굴에서 강한 집념을 느낄 수 있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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