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밀레니엄 리더 (5)

데이비드 보넷 지오시티스창립자

 지오시티스(www.geocities.com)는 웹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은 네티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곳 중 하나다. 이유는 간단하다. 지오시티스에서는 누구나 쉽게 사이버 이웃을 사귈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광들이라면 곧바로 지오시티스의 「브로드웨이」 거리로 가면 된다.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다면 「케이프 커내버럴」보다 즐거운 곳은 없다. 자동차 마니아들은 두말할 나위 없이 모토시티다.

 최고급 포도주의 맛을 아는 미식가들은 「나파 밸리」로 모여든다.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레인포레스트」에서 진지한 토론을 벌인다. 엔지니어들의 고향은 역시 실리콘밸리다.

 하이킹을 떠나고 싶다면 요세미티에서 동행을 구하면 된다.

 7월말 현재 지오시티스에는 모두 41개의 테마 커뮤니티가 있다. 데이비드 보넷(43)은 바로 이곳 지도를 그린 설계자다.

 그는 인터넷이 가져온 테크놀로지의 르네상스를 단지 기술의 흐름이 아닌 사회·문화적인 변혁의 징후군으로 바라보았다. TV가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라디오와 사진을 합쳐 화면에 담아놓은 첨단기술에 놀랐을 뿐 TV가 사회에 미칠 엄청난 파급력에 대해서는 짐작하지 못했다.

 새로운 밀레니엄의 키워드가 된 인터넷 역시 정보의 바다라는 것에 공감할 뿐 그 저변에 깔린 문화적 충격을 이해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지오시티스의 창립자 데이비드 보넷은 누구보다 먼저 인터넷을 통해 사이버문화를 읽었고 그래서 94년부터 포털의 콘셉트를 도입할 수 있었다.

 이제 지오시티스는 AOL·MSN과 어깨를 겨루는 포털사이트로 인터넷에서 가장 붐비는 곳 중 하나다. 세계적인 인터넷 광고 조사업체 I/Pro에 따르면 지오시티스의 콘텐츠는 지난해말 2200만장, 무려 13억 페이지뷰를 기록했다.

 보넷은 지오시티스를 집처럼 편안한 기분 속에 친구를 사귈 수 있는 사이버 공간으로 만들었다. 현실과 똑같이 닮은 이 가상세계에는 타임스퀘어·월스트리트·내슈빌 같은 지역들이 생겨나고, 파리·아테네·도쿄 같은 사이버 신도시가 생겨 매일 1만명의 새로운 주민들이 입주하고 있다.

 모든 커뮤니티에는 지도자들이 있고 그들은 주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더 매력적인 것은 자신이 살 곳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이버스페이스의 땅은 서부개척기처럼 광활하고 먼저 깃발을 꽂는 사람이 임자다. 홈페이지에 집을 짓는 일은 초보자라도 몇 분이면 충분하다.

 미시간대학 석사 출신의 보넷은 지오시티스가 야후에 흡수되면서 야후의 부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자신과 비슷한 테크노 기크(기술 전문가)들과 지오시티스에서 의견을 주고받는 것을 즐긴다. 그는 지난해 「타임 티지털」에 의해 50인의 파워엘리트로 선정됐고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 전자상거래 관련 자문을 할 정도로 영향력 있는 유명인사가 됐다.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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