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밀레니엄 리더 (4)

버나드 에버스 월드컴 사장

 버나드 에버스(58) 월드컴 사장은 텔레커뮤니케이션 제국의 총수다. 그는 빅딜의 천재로 불리는데 50건에 가까운 인수합병으로 월드컴을 AT&T에 이어 미국 2위의 거대 전화회사로 키워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8월의 MCI인수는 사상 최고의 M&A로 떠들썩한 화제를 뿌렸다. 매출이 연간 45억 달러에 불과한 월드컴이 제2 장거리 전화회사 MCI라는 공룡을 집어삼킨 것이다. 당시 「월스트리트 저널」은 「월가(Wall Street)가 월드컴과 사랑에 빠졌다」는 제목으로 버나드 에버스의 이야기를 대서 특필했다.

 사실 그는 세계의 톱 CEO답지 않은 인생이력서를 써왔다. 명문대 출신이 아닐 뿐만 아니라 미시시피 대학 졸업장을 받기 위해 두 번이나 중퇴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전공도 경영학이 아니라 농구 특기생이다. 대학 졸업 후 자동차 세일즈로 바쁘게 뛰어다녔는가 하면 1년간을 고등학교 농구팀 코치로 보낸 적도 있다.

 에버스가 사업가 기질을 발휘한 것은 74년 미시시피의 한 허름한 호텔을 사들이면서부터다. 타고난 수완으로 호텔 체인을 확장한 에버스는 83년 투자자들을 모아 월드컴의 전신인 LDDS라는 장거리전화회사를 설립했다. AT&T가 해체되기 불과 몇 개월 전의 일로 당시 그는 전화사업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거의 없는 상태였다고 한다.

 월드컴은 M&A를 거듭했고 미국에서 새로운 통신법이 통과돼 통신시장 내 자유진입이 허용된 96년엔 5번째로 큰 장거리전화사업자로 성장했다.

 5위라고는 하지만 AT&T·MCI·스프린트 빅3가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월드컴을 주시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통신법의 통과로 사업자간 영역이 무의미해지고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수단이 등장함에 따라 월드컴은 전기를 마련했다. 여기엔 에버스의 미래지향적 경영이 큰 힘이 됐다. 그는 인터넷이 정보통신의 핵심영역이 될 것이며 누가 더 많은 인터넷 전송망과 접속점을 갖고 있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버스는 전략적인 인수합병으로 월드컴이 인터넷시대의 전화사업을 주도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닦아나갔다.

 우선 미국내 가장 많은 광통신망을 보유, 기업간 초고속통신망을 제공하던 MFS를 인수했다. 다음엔 온라인서비스 시장 1, 2위를 차지하던 AOL과 컴퓨서브의 인터넷 접속장비 및 네트워크를 인수함으로써 인터넷 접속점을 확보했다.

 에버스는 성미가 급하고 건방진 사람이라는 평을 듣는다. 고전적 방법을 답습하기보다 끊임없이 새로운 방식으로 밀고 나가는 행동파다.

 290억 달러의 MCI를 인수할 당시에도 그는 틀에 박힌 정장보다 개성있는 셔츠와 진 바지를 즐겨 입고 다녔다. 평범한 고등학교 농구코치에서 월드컴의 CEO로 화려하게 변신한 에버스는 새로운 도전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닮고 싶어하는 기업가 중 한 사람이다.

 이제 월드컴은 시내전화, 장거리전화, 인터넷이 모두 가능한 원스톱 서비스를 구축했다. 버나드 에버스는 MCI·월드컴·UUNET·MFS·브룩스 파이버까지 광대한 영토를 지배하는 전화업계의 빌 게이츠라고 할 수 있다.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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