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부터 가상서점인 와우북을 운영하는 황인석 사장(43)은 지난주초 국내 최대 창투사인 종합기술금융(KTB)으로부터 뜻밖의 제안을 받았다. 자본금 1억원인 와우북의 지분 60%를 12억원에 사겠다는 것이다. 그 후 협상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약 열흘 동안 세부조건을 논의한 끝에 지난 22일 투자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이에 앞서 전자상거래 교육 및 컨설팅 회사인 e코퍼레이션(대표 김이숙·41)도 최근 LG창업투자로부터 3억원을 유치한 데 이어 올해말까지 투자금액을 10억원으로 늘리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들 회사는 모두 설립 1년이 채 못된 신생업체로 창투사로부터 투자를 받는 것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꿈도 꿀 수 없었다. 우선 창투사들이 IMF 때문에 벤처투자를 극도로 자제한데다 또 어쩌다가 벤처투자가 성사된다고 해도 하드웨어 업체에 집중될 뿐 소프트웨어 및 전자상거래 업체들에는 좀처럼 기회가 오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이 급반전된 것은 올해 들어 벤처기업 주식을 주로 거래하는 코스닥(KOSDAQ) 시장이 활황을 보이면서부터. 코스닥 시장의 주가가 불과 몇 달 사이에 2∼3배 뛰는 것은 기본이고, 인터넷 관련 주식의 경우 10배까지 수직 상승하는 사례도 속출하자 창투사들이 최근 잇따라 인터넷과 전자상거래 분야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이들 중에서 최근 인터넷팀을 발족시킨 KTB(대표 권성문)와 2∼3년 전부터 ZOI컴·네띠앙 등 인터넷 회사들에 꾸준하게 투자해온 무한기술투자(대표 이인규)가 앞서고 있고 LG창업투자(대표 김영준)·한국기술투자(대표 서갑수)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특히 KTB는 지난 5월 심사역 6명으로 구성된 인터넷팀을 발족시킨 것을 계기로 모회사인 미래와사람 등과 공동으로 인터넷 및 전자상거래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어 관련업계에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심사역 6명은 중견 창투사의 평균 심사인력과 맞먹는 숫자다.
지금까지 이들 두 회사가 투자한 전자상거래 회사만도 와우북·인터넷경매·오토마트·이벤트맥스·네오네트·Zeo 인터랙티브 등 10여개사를 상회한다. KTB의 박훈 인터넷팀장은 『올해말까지 5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며 지금까지 300억원의 투자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무한기술투자도 지난 97년부터 소프트와이즈·네띠앙·ZOI컴·디지털임팩트·한글과컴퓨터 등 13개 소프트웨어 및 인터넷 회사들에 투자했던 경험을 살려 최근 전자상거래 등의 분야로 투자를 크게 확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회원 10만명을 거느린 국내 최대 여성종합 포털사이트인 코스메틱랜드에 12억원을 투자한 것을 비롯해 현재 10여개 업체와 투자조건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인규 사장은 『지금까지 13개 업체에 약 300억원을 투자했으며 올해말까지 약 20개 업체에 500억원을 더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 두 회사가 각각 올해말까지 약 1000억원을 전자상거래 분야에 투자하는 것과 비교하면 LG창업투자·한국기술투자 등은 아직 「마이너리그」에 속한다. 그러나 이들도 전자상거래에 대한 의욕만은 KTB와 무한창투에 비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LG창업투자가 지난 3월 설립돼 아직 신생 회사에 불과한 e코퍼레이션과 손잡은 것도 그 이면에는 앞으로 전자상거래 투자를 대폭 늘리겠다는 장기적인 포석이 깔려 있는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또 한국기술투자가 지난 4월 인터파크에 투자한 것도 그 동기는 비슷하다는 시각이다. 기술투자는 우선 코스닥 등록을 앞두고 있는 회사에 투자함으로써 위험부담을 최대한 줄이는 동시에 이를 계기로 전자상거래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투자 분위기는 자금 확보가 무엇보다 절실한 벤처기업으로서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절호의 찬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이 소개하는 창투사별 투자원칙을 살펴보면 이들과 투자협상에 성공할 가능성은 한층 높아진다.
우선 KTB는 50% 이상 지분을 확보하는 것을 전제로 철저하게 사업 아이템 위주로 투자하는 것이 특징이다. 회사경영 및 마케팅은 얼마든지 투자회사에서 지원해줄 수 있다는 것이 KTB가 내세우는 투자철학이다. 이러한 투자방식은 회사경영 및 마케팅에 자신이 없는 사람에게는 적합하지만 경영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벤처 경영자와 합의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약점도 안고 있다.
이에 비해 무한기술투자는 사업 아이템과 경영자의 자질을 거의 같은 비중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회사가 요청할 경우 경영·마케팅 등을 지원하지만 경영권에는 별 관심이 없다는 설명이다.
또 이들 두 회사를 제외한 후발주자들은 대부분 전자상거래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사업 아이템보다는 경영자의 자질에 더 무게중심을 두고 투자를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회사경영에 대한 자율성은 최대한 보장받지만 마케팅 등 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단점도 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
많이 본 뉴스
-
1
기계연, '생산성 6.5배' 늘리는 600㎜ 대면적 반도체 패키징 기술 실용화
-
2
네이버멤버십 플러스 가입자, 넷플릭스 무료로 본다
-
3
KT 28일 인사·조직개편 유력…슬림화로 AI 시장대응속도 강화
-
4
삼성전자, 27일 사장단 인사...실적부진 DS부문 쇄신 전망
-
5
K조선 새 먹거리 '美 해군 MRO'
-
6
인텔, 美 반도체 보조금 78.6억달러 확정
-
7
갤럭시S25 울트라, 제품 영상 유출?… “어떻게 생겼나”
-
8
GM, 美 전기차 판매 '쑥쑥'… '게임 체인저' 부상
-
9
삼성전자 사장 승진자는 누구?
-
10
美 캘리포니아 등 6개주, 내년부터 '전기차 판매 의무화'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