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IBM이 중형서버 전문업체인 시퀀트 컴퓨터 시스템스를 8억1000만 달러에 인수키로 합의함에 따라 향후 IBM의 서버전략과 시장판도에 미칠 영향에 대해 관련업계의 지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그동안 크게 인연이 없었던 누마(NUMA:비균등메모리 액세스)아키텍처를 IBM이 앞으로 어떻게 수용해 자사 서버제품과 접목시켜 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는 관련업체들의 행보에도 영향을 미칠 중요한 이슈로 인식된다. 그동안 중견업체들의 각축장이었던 누마시스템시장에 IBM이라는 거인이 본격적으로 가세할 것이기 때문이다.
IBM이 시퀀트 인수로 얻은 최대 수확은 뭐니뭐니 해도 누마를 비롯, 중형 컴퓨터에 관한 시퀀트의 공인된 기술력이다.
특히 시퀀트의 누마아키텍처는 메모리 위치에 따라 접근시간이 변하도록 시스템 아키텍처를 설계, 대용량 애플리케이션을 운용할 때 대칭형다중처리(SMP)방식에서 야기되는 병목현상을 줄이면서도 프로세서를 수백개까지 늘릴 수 있는 기술로 SMP의 범용성과 초병렬처리(MPP)방식의 확장성을 통합함으로써 가격과 성능 두 가지를 모두 충족시키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들어 컴팩·휴렛패커드(HP)·선마이크로시스템스 등 서버업체들의 누마기술 지원이 확산되고 있긴 하나 부분적인 시스템 공급에 한정된 정도였는데 이번 시퀀트 인수로 IBM이 누마시스템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되면 시장에도 큰 활력소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유닉스와 윈도NT를 모두 지원하는 시퀀트의 강력한 기술력은 IBM의 유닉스 및 윈도NT서버 전략에도 상당히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앞으로 도래할 인텔의 64비트 머세드칩시대에는 효율적인 시스템 운용을 위해 IBM의 유닉스서버도 확장성이 필요한데 여기에 누마아키텍처가 크게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윈도NT 시스템의 처리수준을 높이는 데도 한계를 느껴 왔던 IBM에는 역시 누마가 유용하게 이용될 기술이다.
현재 시퀀트가 보유하고 있는 서버기종은 3개. 4∼8개의 프로세서를 처리하는 중형급 「누마Q 1000」과 최대 64개까지 확장가능한 「누마Q 2000」유닉스기종, 그리고 유닉스와 윈도NT 이종 OS를 하나의 박스에서 운용하는 「누마센터」가 그것이다.
IBM은 시퀀트 인수작업이 완료되는 대로 누마서버를 자사 서버라인에 통합, 제품군을 대폭 보강할 방침으로 우선 전세계에 퍼져 있는 영업력을 이용, 누마Q 1000과 2000의 공급을 직접 챙기게 된다. 그리고 앞으로 자사 RS/6000서버제품에도 누마기술을 결합,확장성을 높이는 한편 시퀀트의 누마제품을 지원하는 미들웨어도 계속 공급해 나가기로 했다.
이렇게 될 경우 IBM의 서버라인은 전혀 새로운 진용을 갖출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전망이다.
그동안 「넷피니티」라는 로엔드급 윈도NT서버와 「RS/6000」이라는 하이엔드급 유닉스서버 간에 생기는 구멍으로 하드웨어 솔루션 제공에 적잖은 차질을 빚었는데 시퀀트의 누마제품이 이를 메워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한편 IBM은 시퀀트 인수로 「몬트레이」라는 차세대 유닉스OS 개발 프로젝트 추진에 보다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성과도 얻게 됐다.
지난해 10월 IBM·SCO·시퀀트가 공동개발에 착수한 몬트레이는 IBM의 파워PC와 인텔의 32비트 및 64비트 아키텍처를 모두 지원하는 차세대 유닉스로 AIX(IBM), 유닉스웨어(SCO), PTX(시퀀트) 등 3사의 기존 유닉스기술이 결합되는 것을 기본골격으로 한다.
따라서 시퀀트를 인수한 IBM은 몬트레이 개발과정에서 시퀀트가 기여한 기술적 성과물과 함께 이 프로젝트의 주도권을 장악함으로써 사업추진에 보다 속도감을 낼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이 결과 폭넓은 대중성을 확보하고 있는 유닉스웨어를 기반으로 AIX와 PTX의 기술력을 결합, 향후 IA64플랫폼에서 몬트레이를 가장 강력한 유닉스OS로 키우겠다는 것이 IBM의 야심이다.
한편 앞으로 시장판도와 관련해 IBM의 시퀀트 인수를 바라보는 경쟁업체들의 시각은 입장과 처지에 따라 다르다. 우선 몬트레이처럼 머세드용 솔라리스 유닉스버전을 독자 개발하고 있는 선 마이크로시스템스는 향후 몬트레이가 솔라리스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애써 태연한 표정이다. 선은 이들의 합병에 대해 『IBM의 허약한 제품이 시퀀트라는 허약한 제품으로 보충되는 꼴』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SGI·데이터제너럴(DG)을 비롯한 다른 중형서버업체들의 사정은 다르다.
특히 시퀀트와 같이 누마시스템을 공급하고 있는 SGI와 DG는 그동안 2군들끼리 벌여 왔던 싸움에 IBM이 가세하게 되자 적잖이 긴장하는 표정이다.
인텔칩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DG로선 당장은 IBM과 시퀀트 합병을 시스템 판매에 이용할 수 있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 볼 때는 역시 입지가 불확실하다는 분석이다.
이 결과 IBM시퀀트 합병이 DG와 타업체와의 합병을 가속화시키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유력하다. 실제로 올 초 미국 증권가에서는 DG와 델컴퓨터와의 합병설이 파다했었는데 이같은 소문의 재연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구현지기자 hjk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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