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신(KT)과 이동전화사업자가 정면 충돌했다.
한국통신프리텔을 제외한 SK텔레콤·LG텔레콤·신세기통신·한솔PCS 등 이동전화 4사는 최근 KT의 무선재판매 사업을 중지시켜 달라고 통신위원회에 제소했다. 얼마전 공동성명서 광고 게재를 둘러싼 해프닝으로 「스타일만 구겼다」는 비아냥을 들었던 이동전화사업자들이 이번에는 진검을 빼든 것이다.
이동전화 4사는 KT의 무선재판매가 몰고올 부작용과 시장 교란에 대해 조목조목 지적하고 있지만 본질적인 이유는 한가지다. 기존 시장을 빼앗길지 모른다는 위기감이다.
KT는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대 기간사업자다. 규모만 큰 것이 아니다. 100년 통신역사를 이끌어 오면서 축적된 기술, 영업, 맨파워 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거인」이다. 게다가 통신시장의 지배력은 절대적이다.
이런 KT가 무선재판매라는 형식을 빌려 이동전화시장에 뛰어들면서 기존 사업자들은 감당할 수 없는 최강자를 만나게 된 셈이다. 실제로 KT의 영업력은 막강하다. 전국 곳곳에 거미줄처럼 퍼진 전화국 조직은 보험회사 조직보다 뛰어난 현장 적응력과 지역 기반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KT 직원들은 목표가 정해지면 일사불란하게 뛴다. 회사에 대한 자부심과 통신시장의 1인자라는 자존심도 강하다. IMT2000 사업을 앞두고 조직과 영업력을 시험 가동해 본다는 의미도 있다. 이들이 마음먹고 무선재판매에 달려든다면 기존 사업자들에는 엄청난 타격이 예상된다.
게다가 KT는 자신의 지배력을 충분히 활용한 패키지 상품을 선보인다. 전화가입자가 요구할 경우 이동전화요금도 통합고지서로 처리해주고 값도 깎아준다. 기존 유선상품과 연계한 다양한 상품도 잇따라 내놓을 예정이다. 소비자들로서는 거절하기 힘든 「유혹」이다. 이동전화사업자들이 당연히 반발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이동전화사업자들은 전세계 어디에도 독점적 시장지배자가 경쟁시장에 진입, 독점서비스와 경쟁서비스를 결합하는 사례가 없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KT가 사실상 제6의 이동전화사업자로 등장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KT는 이동전화사업자들의 주장을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일축한다. 별정통신을 이용한 이동전화 직접 접속과 같이 이동전화사업자들도 KT의 고유 역무를 이미 침범했고 영업을 계속하고 있는 마당에 아무런 법적인 하자가 없는 무선재판매를 철회하라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문제는 현행 역무 기준과 법규가 이같은 시장 추세를 명확히 반영하지 못하는 데 있다. KT는 약관변경 신고를 마치는 등 적법한 절차를 따랐다고 말한다.
이동전화사업자들조차 이런 점을 어느 정도 인정한다.
그래서 차제에 규제제도를 만들어야 하고 우선은 정책적으로 KT의 무선재판매를 금지시켜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물론 이에 필요한 선전 홍보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당분간 양측이 서로 물러설 것 같지는 않다. 정통부도 일단 통신위의 결정을 두고 보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KT의 무선재판매가 본격화할 경우 시외전화 사전선택제 못지않은 파열음이 예상된다. 이동전화사업자들의 사정이 매우 절박하기 때문이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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