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디지털 전환계획 수립시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기존 방송사업자들의 기득권을 새로운 방송환경하에서 얼마나 보장해 줄 것인가 하는 문제다.
현재 외국의 경우 기존 지상파 방송사업자의 기득권을 일단 인정해 주는 추세지만 디지털 방식의 채택으로 채널 숫자가 크게 늘어날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부가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지상파 방송사업자들의 기득권을 무턱대고 보장해주는 것도 비현실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상파 디지털 방송사업자의 허가 방식으로는 다양한 방안이 모색될 수 있다.
영국의 사례처럼 「멀티플렉스사업자」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해 기존 방송사업자와 신규 사업자에 각각 주파수를 배정, 새로운 경쟁 구도를 모색할 수도 있다. 영국은 이같은 방식으로 「온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디지털사업자를 출범시켰다.
지상파 방송사업자가 주파수대역 이용에 관한 면허를 받아 무료방송 채널만 자신들이 운영하고 유료방송과 부가서비스는 외부 사업자에 임대하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다. 물론 현재의 지상파 방송사업자들이 다채널과 부가서비스 운영을 전적으로 자신의 책임하에 운영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기존 지상파 방송사들이 디지털 방송으로 완전히 전환한 후에 반납한 아날로그 주파수를 신규 디지털 방송사업자에 배정해주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지상파 디지털 방송사업자 구도를 어떻게 끌고 갈 것인가에 대한 체계적인 논의가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지상파 디지털 방송도입 초기에는 기존의 지상파 방송사업자를 중심으로 사업자 구도가 짜여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 채널별로 사업자를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처럼 6㎒대역을 기존 방송사업자에 할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만 기존의 방송사업자에 6㎒씩 주파수를 할당할 경우 부가서비스나 일부 유료채널을 별도의 사업자에 임대해주는 방안은 방송정책에 따라 충분히 도입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규 사업자 선정은 기존의 아날로그 주파수가 회수되기 시작하는 2005년 이후에나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2005년 이후 방송 및 통신환경이 어떻게 발전될지 모르기 때문에 현재로선 예측하기 힘들다. 외국의 회수된 아날로그 주파수 재사용 방안도 아직 분명히 밝혀진 게 없다.
디지털 위성방송사업자의 허가도 향후 국내 방송사업자 구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세계적으로는 다양한 형태의 디지털 방송사업자가 존재한다. 미국의 디렉TV나 에코스타의 사례처럼 위성체를 소유한 특정 대주주가 위성방송 플랫폼사업까지 주도하는 경우가 있다.
1개의 대주주와 소수의 방송영상사업자가 연합하는 형태도 있다. 영국의 B스카이B나 프랑스의 카날 새틀라이트는 뉴스코퍼레이션이나 카날 플러스가 대주주고 그라나다·Pathe 등이 소액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공동 대주주 형태도 있다. 일본의 스카이 퍼펙TV는 소니·소프트뱅크·뉴스코퍼레이션·후지TV가 각각 11%씩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일본의 「와우와우」처럼 250여개 소주주로 구성된 사업자 형태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방송사·프로그램공급업체·통신사업자·방송장비업체·독립제작사 등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그랜드 컨소시엄 형태의 사업자 구성 방식이 논의되고 있으나 아직 구체화된 것은 없다. 앞으로 그랜드 컨소시엄 구성시 통신사업자인 한국통신이나 대기업의 위성방송사업 진출 여부가 쟁점으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시험방송 형태로 위성방송을 송출중인 KBS·EBS·OUN(방송대) 등의 채널을 별도로 위성방송사업자 허가를 내줄 것인지, 아니면 단일 컨소시엄에 위성PP로 참여토록 할 것인지도 쟁점 사항이다. 또 새로 출범하는 위성방송사업자가 과거의 위성방송기술 기준에 의거해 보급된 위성방송 수신기를 신형으로 교체해줄 것인지, 아니면 일정 기간 신·구 방식을 동시 방송할 것인지도 검토해야 할 주요 현안 중 하나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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