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디킨스는 19세기 말 산업화 폭풍에 휩쓸린 영국 도시들의 황폐함과 단조로움을 즐겨 그린 작가다. 「어려운 시절」이라는 그의 소설에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온다.
『그곳은 기계와 높은 굴뚝으로 된 도시이며 그 굴뚝으로부터 끊임없는 연기의 배암이 영원히 영원히 기어오르면서 절대로 풀어지지 않는 도시였다. 그 도시에는 서로 똑같은 몇개의 큰 길이 있었고 많은 작은 길들도 서로 꼭 닮았다. 그 길가에는 마찬가지로 꼭 닮은 사람들이 살았는데… 그들에게는 어제나 내일이 똑같았고, 작년이나 내년이나 똑같았다.』
이 소설에서 디킨스의 메시지는 인간의 노동과 생활 자체는 결국 인간성의 온전한 발현을 북돋우는 생명력(또는 독창성)에 기반해야 한다는 것. 도시의 산업화가 바로 이 생명력을 앗아가고 있다고 비판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디킨스는 역설적으로 가장 천대받던 곡마단 사람들이야말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균형되고 조화로운 일들을 형상화하고 있다고 말한다.
육체와 정신의 균형되고 조화로운 형상화로 나타나는 것이 곧 요즘 표현으로 「삶의 질 향상」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삶의 질 향상」은 21세기 지식정보시대가 추구할 최고의 가치이자 목표다. 우리나라에도 자치단체들이 저마다 「삶의 질 향상」을 염두에 두고 21세기형 도시건설에 경쟁적으로 나섰다. 전주와 춘천은 그 가운데서도 대표적이며 전국에서 가장 앞선 곳이다. 전주는 1300여년의 역사를 가진 고도이고 춘천은 호반과 젊은이의 도시다. 그런데 산업화 광풍이 몰아치던 70∼80년대 두 도시는 바로 이런 문화적 환경적 배경 때문에 디킨스 소설 속의 곡마단 사람들 신세를 면치 못했다. 전통과 독특한 지역적 가치는 21세기 도시가 갖춰야 할 최고의 덕목이자 자산이다. 그런 점에서 두 도시의 미래에 거는 기대가 사뭇 크다.
<서현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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