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영화나 소설 속에서나 봤던 「로봇」이 사람의 팔과 다리 역할을 하며 산업현장 곳곳에서 조립, 용접, 도장, 핸들링 등의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블루칼라(Blue Collar), 화이트칼라(White Collar), 골드칼라(Gold Collar)에 이어 「스틸칼라(Steel Collar)」 직군이 생긴 것이다.
국제로봇산업협회에 따르면 오는 2001년까지 한국과 대만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의 로봇 수요는 97년 대비 70%까지 급증하고 미국과 유럽 지역의 수요는 50% 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한국과 싱가포르는 여타 주요 로봇 사용 국가보다 단순형 로봇 설치대수가 많기 때문에 두 국가를 포함한 동남아 국가의 수요가 2001년까지 타지역보다 현저히 높은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연구원도 산업용 로봇시장 전망 자료에서 오는 2005년 로봇 생산액은 8450억원에 달하고 수요는 1조원이 넘는 거대 산업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그러나 이같은 예상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IMF 여파로 지난 97년 산업용 로봇 생산 및 출하실적이 90년대 들어 처음 감소한 데 이어, 98년에도 산업용 로봇 생산실적은 전년대비 50% 수준에도 못미치는 극심한 부진을 보였다. 올들어서도 이같은 현상이 지속, 기아중공업·대우중공업·두산기계·삼성전자·현대중공업 등 7대 산업용 로봇업체들의 4월말 현재 로봇 생산액은 171억86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5%나 감소했다. 물론 이같은 감소세는 산업계의 설비투자가 크게 줄어든 데다 핵심기술 및 부품의 수입의존도가 높아 바뀐 시장환경에 대응할 만한 고기능·저가격 제품을 효과적으로 공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산업용 로봇 제작업체들은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불황탈출을 위해 생산성향상과 원가절감이라는 기본적인 대안을 포함해 다양한 탈불황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업계가 글로벌 소싱과 국산부품 채용을 확대하고 공작기계 및 각종 자동화기기를 연계하는 시스템영업을 강화하는 한편 소비자 구미에 맞는 중저가형 제품과 전용기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대리점망 신설 및 확충과 계열사 판매망을 최대한 활용해 해외시장 진출을 확대하기로 한 것도 이같은 전략의 일환이다.
이같은 자구노력에다 지난해 말 이후 산업경기 회복세가 맞물리면서 올 하반기부터 산업용 로봇 수주액이 증가세로 돌아선 것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어, 올해 내수시장은 지난해보다 소폭 성장할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관측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단기적 대응으로는 로봇업계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에 로봇업체간 부품조달 및 제품개발을 위한 공조체제가 확립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국내 로봇업계가 안고 있는 문제를 단계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산·학·연·관 협력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정부의 로봇산업 정책부재 현상도 보완되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박효상기자 hs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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