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전화 위탁판매점, 편법가입 부채질 "눈총"

　7월 들어 의무사용기간이 남아 있는 이동전화단말기를 분실한 고객을 대상으로 편법가입을 부추기는 위탁판매점(수탁대리점의 서브점)들이 크게 늘고 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형 이동통신대리점에서 제품을 공급받아 판매하는 일부 위탁판매점들이 의무사용기간이 남은 단말기를 분실한 고객에게 3개월 후 해지를 전제로 신규 가입하도록 유도한 뒤 3개월 후에는 기기변경을 통해 의무사용기간이 남아 있는 서비스 번호에 다시 연결해 사용하는 편법을 공공연하게 제시하고 있다.

　의무사용기간이 없어진 지난 5, 6월에는 없었던 이같은 편법이 최근 성행하는 이유는 7월 들어 이동전화 시장에 무료에 가까운 저가모델이 등장하면서 의무사용기간이 남은 단말기를 분실한 소비자가 경우에 따라서는 중고단말기를 구입하는 것보다 싼 비용으로 분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편법가입은 이렇게 이루어진다. 우선 위탁판매점은 의무사용기간이 설정된 단말기를 분실한 고객에게 신규 가입을 유도한다. 그리고 이 단말기를 3개월만 사용하도록 부탁하고 3개월 뒤 해지할 수 있다고 귀뜸한다. 소비자는 의무사용기간이 있는 단말기에 연결된 번호 사용을 일시 중지해 기본료만을 3개월 동안 지불한다. 3개월 뒤에는 의무사용기간이 없는 번호의 사용을 중단하고 기존 번호에 단말기를 연결하는 기변과정을 거친다. 다소 복잡하지만 이 과정을 거치면 의무사용기간이 있는 단말기를 분실한 고객이 저렴하게 새 단말기와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이때 3개월 사용을 부탁하는 이유는 서비스사업자로부터 보조금을 환수당할 것을 염려한 수탁대리점들이 위탁판매점에 3개월 사용을 전제로 물건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위탁판매점들이 이에 앞장서는 이유는 소비자들의 해지 시점이 자신들에게는 전혀 상관이 없어 일단 판매마진을 남기는 것에 판매 초점을 맞추기 때문으로 이런 편법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크게 늘고 있는 것이다.

　편법 판매의 가장 큰 피해자는 대형 수탁대리점들로 가입자들이 1년 이상 사용할 것을 가정해 싼값에 낸 물건이 3개월 만에 해지되기 때문에 관리수수료를 3개월밖에 받을 수 없어 손실이 불가피하다. 특히 편법 가입자 가운데 3개월도 사용하지 않은 채 해지할 경우는 서비스사업자들에게서 받는 단말기보조금마저 되돌려줘야 하기 때문에 손실이 한층 커진다.

　특히 최근 적지 않은 고객이 의무기간이 설정된 단말기를 분실해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같은 편법이 이들 고객을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이루어지는 것으로 파악돼 7월 가입자 가운데 3개월 뒤 해지하는 수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용산전자상가의 한 수탁판매점 관계자는 『요즘 주위에서 가르쳐줘 그같은 형태로 몇대를 팔았다』며 『문제가 될지 안될지 사실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형 수탁대리점 관계자는 『최근 다른 유통점(위탁판매점)에서는 이렇게(편법가입) 하는데 얼마인데 여기서는 얼마까지 가능하냐고 묻는 소비자들이 늘어 깜짝 놀랐다』며 『수탁점들에서 그렇게 종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다른 대형대리점의 한 관계자는 『물건을 안낼 수도 없고 요즘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며 『아직 전산상으로는 파악이 되지 않고 있으나 앞으로 이같은 편법으로 가입된 건수가 적지 않게 발견될 것으로 보여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