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디지털 방송, 디지털 위성방송, 케이블TV 등의 활성화로 조만간 우리가 안방에서 시청할 수 있는 채널수는 엄청나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매체가 디지털화되면 기술적으로는 300∼400여개에 달하는 프로그램공급사업자(PP) 채널전송이 가능하다.
그러나 아직 국내에는 디지털 방송의 도입에 대비한 채널 전략이 부재한 실정이다. 가용 채널수가 수백개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매체별로 채널 전략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에 관한 논의는 매우 부진한 편이다.
특히 지상파 방송과 다채널 매체인 위성 및 케이블TV와의 위상정립 문제가 시급한 현안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상파 디지털 방송의 구도를 HDTV 위주(고화질 전략)로 끌고 갈 것인가, 아니면 SDTV 위주(다채널 전략)로 끌고 갈 것인가에 관한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상파 방송사, 가전사 등을 주축으로 구성된 지상파디지털방송추진협의회가 작년에 발표한 보고서는 표준화질(SD)급 디지털 방송을 우선적으로 실시하되 HDTV의 도입은 방송사 자율에 맡길 것을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방송계 전문가들은 지상파의 경우 다채널보다는 HDTV 위주로 가야한다는 데 대체적으로 공감하고 있다. 위성방송의 경우는 통신위성(CS)과 방송위성(BS)간에 차별적인 채널 전략이 마련돼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의견이다. BS와 CS를 각각 HDTV와 다채널로 특화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웃 일본에서는 최근 CS를 이용해 HDTV방송을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국내 방송사업자에 새로운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위성과 케이블TV는 기본적으로 다채널 매체다. 결국은 채널의 세분화를 통한 다양한 채널 패키지와 번들링 전략이 다채널 매체의 성패를 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일본·유럽 등 다채널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국가들의 경우 채널의 분화가 급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특히 영화·스포츠·음악·다큐멘터리 등 메이저 채널을 중심으로 채널의 분화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메이저 채널인 영화의 경우 「아메리칸 무비 클래식(할리우드영화)」 「아담&이브(성인영화)」 「브라보 케이블 네트워크(예술영화)」 「터너 클래식 무비(추억의 영화)」 「앙코르2(애정영화)」 「앙코르3(서부영화)」 「앙코르4(미스터리영화)」 「앙코르5(액션영화)」 「선댄스 채널(단편 비상업영화)」 「월드 아프리칸 네트워크(흑인 전문영화)」 등으로 분화되고 있다.
이같은 메이저 채널의 분화는 비단 영화뿐만 아니라 스포츠·음악 등 메이저 채널에서 공통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수용자층을 연령·인종 등 인구 사회학적으로 특화해 편성하는 채널도 증가 추세다. 미국의 경우 가장 많은 유색 인종권을 형성하고 있는 히스패닉을 겨냥해 「MTV라틴아메리카(음악채널)」 「카날 드 노티카스(스페인어 뉴스)」 등 채널이 활성화되고 있으며 일본·유태인·한국 등 소수민족 채널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심지어 「게이 엔터테인먼트(동성연애자 채널)」 「싱글비전(독신남녀 채널)」 등도 있다.
메이저 채널은 아니지만 특정 주제에 접근하는 채널도 증가 추세다. 대표적인 것이 「코트TV(법정 채널)」 「TV푸드 네트워크(음식)」 「북네트(서적)」 「크라임 채널(범죄 예방)」 「비디오 카탈로그 채널(골동품전문 쇼핑채널)」 「네트워크 원(양방향 종합오락채널)」 「존스 컴퓨터 네트워크(컴퓨터 채널)」 「마이 페트TV(애완동물)」 「그린 채널(경마 전문)」 등이다.
이처럼 채널의 분화 및 전문화가 가속화하고 있으나 시청자들이 이들 채널을 모두 볼 수는 없다는 데 사업자들의 고민이 있다. 방송학자들은 수많은 채널 가운데 「평소 규칙적으로 보는 채널수」를 「채널 레퍼토리」라는 개념으로 정의하고 있는데, 채널 레퍼토리를 10개 이내로 보고 있다. 따라서 특정 시청자층에게 소구할 수 있는 다양한 채널 패키지와 티어링(또는 번들링) 서비스의 도입이야말로 다채널 매체의 기본 마케팅 전략이 될 수밖에 없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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