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전자산업 글로벌화와 경쟁력

허기열 삼성전자 국내판매사업부 상무

 우리나라 전자산업, 특히 가전산업은 지난해 사상 최악의 내수악화라는 불황에 이어 올해는 수입선다변화 조치 해제로 시장이 완전히 개방되는 큰 전환점에 와 있다. 국내 시장 자체가 글로벌 경쟁의 장으로 바뀌게 되는 정점에 서 있는 것이다.

 자칫 자만이나 미흡한 대응으로 인해 우리나라 전자산업의 기반인 내수시장을 공략당함으로써 사업의 명운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시기로, 한치의 오차도 없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너무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다. 다만 우리 전자업계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입각한 특징있고 경쟁력을 갖는 제품만이 생존할 수 있다는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됐다.

 즉 일본산을 위시한 외산 제품과 직접적인 경쟁을 할 경우 이제 애국심이나 동정심은 통하지 않음을 직시하고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당당한 경쟁을 해야 한다.

 이미 국내 전자업체들은 세계적인 전자업체에 걸맞은 기술력과 마케팅력을 기반으로 철저한 준비를 해 왔기 때문에 수입선 다변화 조치 해제가 결코 해외 선진업체들의 새로운 시장점유 기회로 발전하지 못할 것으로 확신한다

 그래서 수입제품보다 우위에 설 수 있는 확실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현실적인 대책을 제시해 본다.

 첫째, 신기술 개발과 제품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다. 새로이 전개되는 밀레니엄 디지털 시대는 세계적인 히트상품 없이는 더 이상 생존이 불가능하다.

 특히 전자산업 자체가 우리보다 훨씬 앞선 미국산·일본산의 국제적인 브랜드 파워에 맞서기 위해서는 전혀 다르고 새로운 형태의 글로벌 스탠더드 제품을 선행 개발해 시장을 창출, 선점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삼성전자가 마케팅·개발·품질·구매·제조·물류·협력업체 등 모든 부문의 담당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공동개발하는 「히트상품 개발 전담센터」를 오픈한 것은 눈여겨 볼 만한 일이다.

 둘째, 그간 쌓아온 국내 마케팅 노하우와 전국에 걸친 유통력, 완벽한 서비스력, 물류, 설치 대응력의 강점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고객만족에 기초한 맞춤 영업을 가속화하는 것이다.

 특히 디지털화할수록 더 세분화되고 있는 소비자층은 이른바 625세대·386세대 등 기존 수요층에서 최근 X세대·Y세대·N세대 등으로 발전하고 있어 고객과 일 대 일로 대응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 마케팅을 본격적으로 시행하는 것도 고객의 이탈방지는 물론 새로운 고객을 발굴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차세대 프리미엄 제품군의 브랜드 자산을 더욱 육성, 발전시켜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는 진정한 브랜드 로열티를 확보하는 것이다.

 우리의 브랜드 위상을 글로벌 브랜드로 지속 성장시켜 내수시장 수성 차원을 넘어선 공격적 마케팅 전략을 병행, 외국 업체들의 국내 시장잠식을 원천 봉쇄해야 한다.

 이미 우리는 세계적인 통신기업인 모토롤러와 가전기업인 GE·월풀 등을 물리친 제품력과 마케팅 사례에서 충분히 자신감을 갖고 있다. 따라서 이번 위협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활용해 오히려 과감한 수출전략을 수립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것이다. 최근 국내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일본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는 것은 이같은 관점에서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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