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각종 규제개혁 실패가 IMF체제를 초래했다는 평가보고서가 한 경제연구소에 의해 발표돼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0일 김영삼 행정부 재임기간 시행된 각종 규제개혁 정책을 평가·분석한 「김영삼 행정부의 규제개혁 평가」라는 보고서에서 「경제행정규제완화위원회」 「행정쇄신위원회」 「규제개혁추진회의」 등 6개 추진기구가 총 4477건의 규제를 개혁대상으로 삼아 그 중 3891건의 규제개혁을 완료했으나, 현 정부가 등록한 규제개혁건 1만1125건의 35%에 불과해 규제개혁이 크게 부진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IMF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는 금융·보험업 부문의 자금조달 및 운용과 관련된 규제개혁 비중이 각 단계 규제개혁 실적 가운데 최하위인 4.2%를 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부문 규제개혁은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낮은 고시·지침·규정 등 행정명령이 실적의 66.4%, 자금조달·운용기준의 일부 완화 61.4%, 절차간소화 25.9%, 규제의 투명화·객관화·현실화 형태가 6% 등으로 나타났다. 전체 규제개혁 실적의 93% 이상이 기존 규제제도의 사소한 절차변경이나 부분완화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또 중소기업 보호육성, 국내산업 보호육성, 통화관리, 물가안정, 수도권 집중억제, 부동산 투기억제, 경제력 집중억제, 과당경쟁 억제 등 소위 정책적 규제 혹은 정책적 성격의 개혁이 6.1%에 불과한 점도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고착시켜 IMF를 초래한 원인 중의 하나가 됐다고 밝혔다.
전체 규제실적에서도 기업활동·국민생활·정부행정 중 기업활동 관련 규제개혁 실적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 중 기존 기업의 생산 및 영업활동과 관련된 규제가 33.2%에 달한 반면 시장경쟁의 활성화를 위한 진입규제 및 가격규제의 완화는 각각 9.9%와 1.9%로 나타나 규제개혁이 생산성 향상으로 곧바로 이어지지 않고 민원해결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관계자는 『이전 행정부가 규제 덩어리인 규제개혁을 제대로 하지 못해 IMF를 초래했다는 것이 실증적으로 입증됐다』며 『현 행정부는 최고 통치권자의 의지에 의존하기보다는 제도화된 규제개혁추진체계를 활용해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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