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전문가용 35㎜ 롤필름 싱글 렌즈 리플렉스(일안반사형 : SLR) 카메라에 이어 35㎜ 롤필름 콤팩트 카메라도 수입선다변화에서 해제돼 국내 카메라 시장은 완전 자유경쟁체제로 접어들게 됐다.
카메라의 수입선다변화 해제는 당분간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지만 장차는 거대한 폭풍으로 돌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분석이다.
수입선다변화 해제는 온실 속에 살던 화초에게 온실을 지켜주던 비닐을 걷어내는 것과 같은 커다란 변화이기는 하지만 카메라의 경우 그동안 알게 모르게 바깥세상의 비바람을 맞아왔기 때문이다.
국내 카메라업계에 바깥세상의 가장 거센 비바람은 밀수 제품이었다.
일산 카메라는 수입선 다변화로 묶여 합법적으로 들어올 수 없었지만 그동안 여행자들이 조직적인 밀수로 들여온 물량이 국내 유통물량의 20%에서 30%까지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렇게 밀수된 제품은 정상가보다 30% 정도 싸게 팔리기 때문에 국내 카메라산업은 삼성항공과 아남인스트루먼트 두 회사만이 제품을 생산하고 있을 정도로 황폐화돼 있다.
따라서 수입선다변화가 해제되더라도 관세와 부가세 등을 물고 정상적으로 수입되는 제품이 정상가보다 30%나 싸게 팔리고 있는 밀수품에 비해 과연 경쟁력이 있을지 미지수다.
또 하나는 일본업체들이 동남아 현지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의 유입이다.
동남아산 일제 카메라는 이미 신도시스템을 비롯해 일본업계 총판들이 상당기간 동안 국내에서 시판해왔으나 소비자들이 일본에서 생산된 제품만을 선호, 시장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미 문이 활짝 열려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국내 카메라시장은 수입선다변화가 해제되더다로 크게 달라질 게 없는 실정이다.
카메라의 최대 격전품목은 아무래도 일본에서 생산되고 있지만 국내에 합법적으로 들어오지 못한 고급형 콤팩트 카메라로 예상된다.
일본내에서 생산되는 고형급 제품은 30만원대를 넘는 3배줌에서 4배줌 기능을 지닌 것으로 총 15여종에 달한다.
그러나 지난 1월 SLR 카메라가 수입선 다변화에서 해제됐는데도 아남인스트루먼트가 이 시장을 여전히 주도하고 있는 반면 캐논 총판인 SK글로벌과 펜탁스 총판인 동원정밀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들어 고급형 콤팩트 카메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내수의 60% 이상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삼성항공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수입선다변화 해제에 따른 일산제품의 유입 그 자체보다는 일본업계의 자금유입이나 직접진출 등 유통체제의 변화다.
올해 1000억원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내 카메라시장은 세계 10위권에 들 만큼 적지 않은 규모이나 일본업계가 장악하지 못하고 있는 유일한 곳이기도 하다.
올림퍼스사의 카메라 총판인 정안물산은 전국적인 AS체제를 구축하고 올림퍼스사의 고급형 모델을 포함, 총 15개 모델을 수입해 판매할 채비를 갖추었고 우성필름도 우성포토교역을 통해 코니카사의 콤팩트 카메라를 시판할 계획이다.
한국후지필름은 일본후지필름의 콤팩트 카메라 4개 모델을 이미 확보, 내수공략을 꾀하고 있으며 아남인스트루먼트도 니콘사의 완제품을 수입해 판매할 계획이다.
총판점들의 조직적 움직임 뒤에는 수입선다변화 해제를 계기로 일산 카메라가 과연 삼성항공이 장악하고 있는 내수시장의 판도를 바꿀수 있는지를 타진해보려는 일본업체들의 전략이 깔려 있다.
만약 삼성항공과의 싸움에서 승산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일본업체들은 총판들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거나 한국시장에 직접 진출, 시장을 평정해보겠다는 포석이다.
이럴 경우 국내 카메라시장은 거인 삼성항공과 군소 수입상들과의 싸움에서 일시에 세계에서 내로라 하는 카메라업체들간 스타워즈로 돌변할 전망이다.
<유성호기자 sungh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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