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향계> 한글자막 TV방송 "삐걱"

 청각장애인과 난시청자들을 위한 「한글자막방송」이 지난 2월 12일 MBC를 필두로 21일 SBS, 3월 3일 KBS가 실시에 들어갔다. 그러나 정부당국이나 방송국, TV생산업체의 한결같은 관심부족으로 뉴스를 제외하고는 크게 진척되지 않고 있다.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한글자막방송은 40만명으로 추산되는 국내 청각장애인들을 비롯해 난청 환자, 노인 외에 한국어 공부를 하는 외국인들에게 획기적인 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방송국이나 업체에서는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미국의 경우 NBC, ABC 등 4대 공영방송과 CNN이 모든 방송을 자막처리하고 있으며, 유럽·남미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지난 70년대부터 자막방송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자막방송이 실시된 지 4개월이 지났음에도 불구, 제구실을 못하는 등 여러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자막방송을 볼 수 있는 TV의 보급이 미흡해 자막방송을 보려면 자막수신기능이 내장된 캡션용 TV를 새로 구입해야 하는데 고가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생활고에 시달리는 다수의 청각장애인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저렴한 가격의 외장용 자막수신기의 모델개발과 보급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와 함께 비효율적인 자막방송 운영시스템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방송 3사는 내년에 50%, 2001년에는 100% 자막방송을 하겠다고 구호를 내걸고 있지만 운영경비 및 전문인력 부족, 사회적 인식 부족 등 제반 여건 등을 감안할 때 목표달성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그동안 자막방송의 기반 조성을 위해 일익을 담당해 오던 한국 CAS협회가 「국내 자막방송의 확고한 정착, 발전에 앞장선다」는 기치를 내걸고 지난달 8일 정보통신부로부터 설립인가를 공인받아 사단법인 「한국자막방송기술협회(회장 조영재 국회의원)」를 발족했다.

 초대 안정근 이사장은 『협회가 사회 일반의 이익에 공여하기 위해 자막방송에 대한 연구개발은 물론 기준설정, 자막방송 속기사에 자격 및 기준을 설정하는 등 청각장애인들의 문화적 삶의 질을 높이는 공익에 적극 참여하는 목적을 두고 있다』며 설립배경을 밝혔다.

<원연기자 y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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