퀘스트의 US웨스트.프런티어 인수제의 의미

 통신시장을 둘러싼 업체간의 합종연횡이 연일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주 초 미국에서는 또 하나의 빅뉴스가 터져나와 업계를 놀라게 했다.

 데이터통신 기반 신생 통신사업자 퀘스트 커뮤니케이션스 인터내셔널이 지역전화사업자 US웨스트와 장거리통신사업자 프런티어에 664억달러 규모의 적대적 인수제의를 한 것.

 US웨스트는 이미 또다른 신생 통신사업자인 글로벌크로싱과 지난달 중순 370억달러 규모의 합병계약을 하고 구체적인 작업을 진행중인 상태로, 퀘스트는 이 같은 상황과 관계없이 이번 인수제의를 관철시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US웨스트가 지난 3월 인수계약을 맺은 통신사업자 프런티어도 함께 인수해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패킷 기반 장거리통신사업과 US웨스트의 지역전화사업, 프런티어의 광통신기술 기반 장거리전화사업을 통합, 규모의 경제가 중요시되는 통신시장에서 철저한 시너지효과를 노린다는 것이 퀘스트의 야심이다.

 레벨3커뮤니케이션스·글로벌크로싱과 같은 유사업체들을 따돌리고 신생업체로는 가장 먼저 AT&T·MCI월드컴 등 기존 대형 통신사업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거대업체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퀘스트의 조셉 나치오 최고경영자(CEO)는 13일 US웨스트의 솔로몬 트루질리오 CEO와 프런티어의 조셉 클레이턴 CEO에 보낸 제안서를 통해 US웨스트 주식 한 주당 자사 주식 1.783주나 현금 80달러, 프런티어 주식 한 주당 20달러의 현금과 자사 주 1.226주(총 75달러)를 지불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퀘스트가 제시한 인수가격은 최근 US웨스트와 프런티어의 주가에 각각 46%와 35%의 프리미엄을 얹은 것으로 총 550억달러에 달한다. 여기에다 114억달러 규모의 부채를 추가 인수할 방침이어서 인수규모는 총 664억달러에 이른다.

 이는 지난 4월 장거리통신사업자 AT&T가 케이블TV사업자 미디어원에 제시한 580억달러의 인수금액과 올리베티와 이탈리아텔레콤간의 인수금액 650억달러를 웃도는 통신업계 역사상 최대규모로, 3사간의 합병이 통신업계에 미칠 파장이 얼마나 클지를 대변해준다.

 퀘스트는 가능한 한 양사를 함께 인수하겠지만 어느 한 쪽이 인수를 거부할 경우 나머지 회사만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퀘스트 관계자는 어느 한 회사가 인수를 거부할 경우 나머지 회사에 지불하는 금액이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즉 프런티어가 인수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퀘스트는 US웨스트 한 주당 자사 주 1.738주나 현금 78달러를 지불하고 US웨스트가 인수를 거부할 경우 프런티어 한 주당 현금 20달러와 자사 주 1.181달러(총 73달러)를 지불한다는 것이다.

 합병회사의 최고경영자 겸 사장은 퀘스트의 조셉 나치오 CEO가 맡을 예정이며 US웨스트의 솔로몬 트루질리오 CEO에 부사장직을, 프런티어의 조셉 클레이턴 CEO에는 이사회 참가자격을 제안했다.

 퀘스트의 제의내용에 대해 US웨스트와 프런티어는 이미 검토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으며 이달 중순 중 향방이 가려질 전망이다.

 3사 합병이 미국 통신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인수규모에서 쉽게 알 수 있다.

 인수에 성공할 경우 퀘스트는 연간매출액 220억달러에 3100만명의 가입자, 7만1000명의 직원을 거느린 초거대 통신업체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퀘스트측은 이번 합병이 성공하면 2005년까지 약 140억달러의 사업비용 절감효과를 거두고 합병회사의 연간 매출액 성장률이 15∼17%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퀘스트의 이러한 공격적인 사업전략은 이전투구식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통신시장에서 출발이 상대적으로 늦은 후발업체가 기존 시장을 어떤 식으로 정면 돌파해야 하는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퀘스트는 우선 회선기반 통신에 의존하고 있는 기존 업체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패킷기반 통신망 구축에 사활을 걸어왔다. 미국 전역에 1만8499마일의 광통신을 구축한다는 목표 하에 광케이블 구축작업을 진행해 왔으며 이달 중 이 작업을 최종 완료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많은 비용을 들여 퀘스트는 기존 통신사업자들에 비해 월등히 뛰어난 통신기술을 선보인다는 광고를 지속적으로 내보냈다.

 퀘스트는 또한 사업영역 확장의 방법으로 인수합병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지난해 통신사업자 피닉스네트워크시스템스와 미국 6위 장거리통신사업자인 LCI인터내셔널을 인수, 명실상부한 미국 4위 장거리통신사업자로 부상했다. 퀘스트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역전화사업자 벨사우스와의 제휴협상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오고 있으며 최근에는 벨사우스에 자사 지분 10%를 35억달러를 받고 매각하는 계약을 맺었다. 양사는 이후에도 제휴범위를 넓혀갈 방침이다.

 여기에다 US웨스트·프런티어 인수에까지 손을 뻗으면서 퀘스트의 인수합병을 통한 사업전개 전략은 더욱 발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금까지 「통신사업자를 위한 통신사업자」로 주된 역할을 해온 퀘스트에 이번 인수가 가져다 줄 3100만명의 고객은 인터넷 프로토콜(IP)기술을 기반으로 일반 기업 및 개인을 겨냥한 통신시장에 진출하는 데 엄청난 무기가 될 것이다.

 US웨스트를 통해 연간 1000억달러 규모의 미국 지역전화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된다는 것도 퀘스트의 사업방향에 큰 전기를 마련해줄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US웨스트는 14개 주에서 2500만명의 고객에 지역전화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프런티어는 35개 주에서 2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퀘스트와 글로벌크로싱이라는 신생 통신사업자간 인수전이 어느 편의 승리로 귀결되느냐에 따라 향후 미국 통신시장의 구도는 크게 뒤바뀔 전망이다.

<안경애기자 ka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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